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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주 Apr 02. 2024

진짜 출발이다

2022년 10월 25일.

출국 수속을 밟고 드디어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면세품 인도장에 들러 각자의 물건을 찾고 라운지로 향한다.

공항 라운지 이용을 위해 그간 쓰던 카드들의 이용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왔다. 제1여객 터미널 마티나 라운지에 가서 당당히 카드를 내민다.

그런데 내 카드는 제2여객터미널 마티나 라운지만 해당되는 카드였다. 참 내. 하지만 혹시 몰라 다른 카드도 가져왔지. 이건 여행을 위해 발급받은 카드였는데 전월 실적이 안되어서 사용이 어렵다고 한다.

하 나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었나. 내가 공항 라운지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두 번 세 번 확인했는데!! 아마도 네 번 확인하지 않아서 이런 사달이 난 건 아닐까...

하지만 내 곁엔 R이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R의 카드는 동반 1인은 할인된 금액으로 라운지 입장이 가능한 카드였다. 그렇게 나는 R의 도움으로 무사히(?) 라운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라운지에서 배도 채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드디어 탑승구로 간다.

우리는 폴란드 바르샤바 경유 후 프라하로 넘어가는 노선으로, 처음 티켓을 구매할 때 비상구 좌석을 선택했는데 사이트 오류도 많고 좌석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는 소문..ㅎ 하지만 그 어려운 걸 우리가 해냈다.

탑승 게이트 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정말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진짜 유럽에 가다니.


어느새 탑승 시간이 다가왔고 그렇게 비행기에 올라탄다. 짐 정리를 하고 의자에 앉으니 긴장된다. 13시간의 비행을 견디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를 오프라인 저장을 하고 소중한 플레이리스트도 준비 완. 에어팟과 아이패드, 핸드폰 충전을 위한 보조배터리까지. 완벽하다.


팔걸이가 수상하다. 어처구니가 없네, 아무래도 통로 자리라서 그런지 금방 박살이 난 것 같긴 한데 걸려도 이런 자리가 걸린다. 그래도 자리가 넓고 화장실이 가까워서 나름 편했던 건 사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비상구 좌석 앞에서 스트레칭을 한다던가 화장실 대기 공간이 된다던가 난기류를 만나면 마주 앉는 승무원분의 코푸는 모습을 본다던가 하는 다채로운 구경(?) 거리가 있던 자리였던 것도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서나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어떤 아시아계 남자는 인천 출발부터 바르샤바 도착까지 쉬지 않고 뭔가를 터치한다. 그 모니터는 내 좌석 헤드 부분에 달려 있다는 것. 뭘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몰래 훔쳐봤더니 테트리스를 하고 있다. 왜 안 자? 잠이 왜 없어? 그리고 그의 오른쪽 다리는 내 좌석 옆까지 나와있다ㅎㅎ


두 번의 기내식과 하얀 하늘과 파란 하늘, 넷플릭스 6편과 3시간의 쪽잠으로 버틴 13시간.

그렇게 우리는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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