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

by 엘샤랄라

지금은 남편이 된 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데이트로 여념이 없던 토요일이었다.

우연히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들려왔다.

황망했다.

그가 검찰 조사로 시달리고 있었다는 건 알았지만,

죽음으로 응답할 줄은 몰랐다.


12월 3일, 아침부터 나는 바빴다.

영하의 쌀쌀한 날씨였지 10,570걸음으로

그날 하루 운동량을 채웠으며,

언제나처럼 한 편의 글을 썼다.

'차근차근 잘 되고 있음을 언어에서 알 수 있다'는

그러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 저녁으로 입에 착 감기는 소불고기를

차려주고, 함께 그날의 공부를 하였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그날 우리 가족은 모두가 평안하게

밤 10시 즈음 잠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세상이 뒤집혀 있었다.

밤 사이 민주주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뻔하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정치가 일상을 시도 때도 없이 들쑤셔 놓는다.

국내 정세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계적인 정세까지

신경 써야 할 판이다.

정치가 가하는 타격감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절대 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일상'이다.


이건 마치 어렸을 적, 부모님의 '부부 싸움'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사소한 언쟁이 불같은 싸움으로 번져서

죄 없는 나와 동생까지 시달려야 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결국 학교에 가야 했고,

주어진 공부를 해야 했고,

내 인생을 꾸려가야 했던 그때의 그 느낌.

시험기간에 당신네들이 싸워서

'내가 공부를 못한 거다'라는

그러한 변명은 결코 통하지 않는 상황.


그때 알았다.

부모의 인생이 있고, 나의 인생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대단히 '매정해 보일' 만큼 때론 공부했다.

그런데 그 공부가 되려,

외부적인 상황을 모두 잊게 해 주니

나에게 평안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을 두는 냉정함을 그 어린 나이에 배웠다.


그리고 알았다.

그랬기 때문에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내는

진정한 어른으로 커서,

나의 투표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나는 파란색을 좋아해서 내 차 색깔도 파란색이지만

마음은 뜨겁기에 붉은 장미 같은 사람이다.

나를 색깔로 규정하려는 그들의 놀이에

합류할 수 없는 이유는

나에게는 나의 생활이 있어서다.

그렇기에, 대선을 앞두고 부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저 내 소중한 일상을 건드리는 일은

말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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