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식의 연장은 의식적인 행동을
무의식으로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토요일 5시,
예매해 두었던 무용 공연을 관람했다.
최근에 봤던 무용 공연들은 규모가 꽤
컸었는데, 이번 공연은 '소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이었다.
아무리 소공연장이라 하여도 결코 좁지 않았지만,
워낙 방음 시설이 완벽해서 그런지
다른 관람객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 하였다.
지어진지 얼마 안 된 것도 한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검이불루 화이불치"
'궁궐을 새로 지었는데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라는 옛 삼국시대 고사성어를 인용한 작품이란다.
바로 이 한 문장이
과감하게 공연 예매를 하게 된 연유이기도 했다.
의미를 담은 여덟 글자를 어떻게 춤으로 표현했을지
착석한 순간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대,
세 명의 무용수 -김기범, 민희정, 임예지-의 몸짓은
극도의 절제와 강인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었다.
1시간을 꽉 채운 무대 속 그들의 몸짓은
점점 관람객들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였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춤동작의 연결성은
가히 무의식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매끈함이었기에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에너지를 채운
그들의 공연을 보며,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과연 나는 내가 가진 한계, 그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하면서 살고 있는지
온갖 핑계를 대며 도망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의식의 지경까지 아직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의식 속에서 온갖 '척'들을 하며 살진 않는지.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건
곧 의식을 무의식으로 전환한다는 니체의 말과
그 결을 같이하는 것이었고,
그로써 오늘 공연은 초짜 관객의 눈에는
그저 '완성되었다'라 할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