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열한 전투는
자신과의 전투이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이야기하면 가소롭기 짝이 없겠다.
그럼에도 손톱마디만큼의 작가 정신이라
이름 붙여 풀어내 보자면
어쩌면 나는 니체가 말하는 '전투'를
고등학교 시절에 깨친 게 아닌가 싶다.
본디 나란 사람은 질투와 경쟁의 화신이다.
이러한 본성은
초등학교 통지표에서도 드러났을 정도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할 만한 전형적인
인품을 가진 선생님의 눈에
그러한 나의 경쟁심은 도드라졌다.
경쟁은
언제나 넘어서야 할 대상이 존재함으로
당사자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불안 속에서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어느 한 집단에서 1등이라는 자리를
찍었서도, 그 범주를 달리하면
1등을 보장할 수 없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붙어가는 놈 있다'는
그 옛날 웃자고 만들어 낸 이 속담은
살아갈수록 진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당시에 나는 반장이었고,
공부 꽤나 하는 부반장은
시험기간이 가까워 올수록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 친구의 변해가는 모습에 나는 초조했다.
첫 시험이었기에 반장으로서의
위신을 지켜야 했는데,
어쩐지 그 자리가 위태하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다 하여도
부반장의 여리함은 나에겐 불가능이었다.
코피 한 번 나지 않는 체력이었고,
뼛속까지 다부지다.
그때부터 나는 혼자 경쟁심을 불태웠다.
맑.눈.광. 그 자체였을까.
그러던 어느 점심시간,
부반장이 밥을 먹으며 울고 있다.
나의 한쪽 귀가 전례 없이 커졌다.
그녀의 사연이 궁금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한 달이 넘도록 생리 중이었다.
시험기간과 상관없이 얼굴에 핏기가 가셨던 이유다.
치열한 경쟁의 맥없는 결말이었다.
나 자신이 그렇게 맹추 같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난 반 1등을 하게 되었고
사오십 명 남짓한 우물 속에서
당장은 경쟁 상대가 사라졌다. 그때부터
그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법은
2등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었고,
'나'를 이겨내야 가능한 싸움이었다.
더 자고 싶은 나,
배 터지게 먹고 눕고 싶은 나,
예능 보고 낄낄대며 웃고 싶은 나,
친구와 수다 떨고 싶은 나,
남은 적수는 그저 '나, 나, 나' 였을 뿐이다.
-이쯤에서 생뚱맞게 유승준의 노래가-
그렇게 나도 모르게 세워 놓은 경쟁상대를
이겨내기 위해 충분히 싸웠다고 생각하며
마흔 즈음 왔을 때,
나는 어쩌면 이 전투가 끝날 줄 기대했는데
알고 보니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서
나는 무척이나 실망했고, 좌절했나 보다.
그 실망과 좌절을 딛고
여하튼 오늘도 나는 이 생을 이어나가고 싶어서
또 다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오늘도 '한 개'를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