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맴도는 사람

by 엘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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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를 가진 남녀가 사랑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남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간 도수 높은 안경을 주면

낫는 경우가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



8월 4일, 월요일 낮 12시,

함께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모여 있는

카톡방에 알람이 울렸다.

작가님 한 분이 도서관 지원을 받아서

책을 내는 프로그램에 함께 해보자며

공유해 주셨다.

몇 번의 의견이 오가면서

다른 분들은 공저로 하고,

나는 개인저서로 신청해 보기로 하면서

대화는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8월 5일,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날이다.

이번에는 내가 알람을 맞췄다.

혹시 모를 광클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내심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반신반의하였지만,

그래도 후회하고 싶진 않았다.

총 14명의 작가님들을 모시는 프로젝트였는데,

역시나 이 사업은 1분 컷으로 마감되었다.


나의 글을 책으로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이토록 뜨거운 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몸소 체감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어쨌든 나는 저질렀고,

원고 마감일까지는 딱 3주가 남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열렬한 독서가이긴 했어도,

작가는 아니었다.

학교 숙제나 대회 이력을 위해

공을 들여 글을 몇 번 써봤고, 점점 커갈수록

딱히 화를 분출할 곳이 없어서 일기장에

나의 이야기를 마구 휘갈겨 쓰거나,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으면

정신없이 타자를 두드려대며 마음을 달래는 데에

글을 활용하는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2023년 5월 전자책을 시작으로

7월 공저 작업에 참여하였다.

바로 그즈음부터였다.

나는 매일 글을 썼다.

쓰기는 나의 하루 일과가 되었고,

몇 번의 블로그 백일 챌린지에 도전하면서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때 썼던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바로 그 글들 덕분에 나는 프로젝트에

어쨌거나 지원하게 된 것이다.


그저 시작은 이왕 시작한 글쓰기 습관을

지속해 보자라는 정도였지,

그 글로 책을 쓰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브런치에도 마찬가지다.

매일 여기에 글을 쓰므로, 이 글로 책을 내볼까

하는 의도는 전혀 없으나,

사람이 참 얄궂게도 그래도 써놓은 글이 있으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지가 떴을 때에

호기심으로 잠시 가슴이 일렁거리기는 했다.


그렇게 일은 돌아갔다.

거창하게 원대한 포부가 있어야 큰 일을

이루는 줄 알았는데,

매일매일 상賞처럼 주어지는 나의 일상 속에서

그저 극히 일부를 떼어내서 쓰고 또 썼더니,

기회가 왔을 때 덜 주저했다.


그렇게 조금 덜 주저하는 내 모습,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바로 그 지점에서 더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

나는 주변을 빙빙 맴돌고 있다.


그 자리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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