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신념이야말로
거짓보다 더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올해 마흔둘 인 나는 쉰둘이 되었을 때, 예순둘이 되었을 때, 일흔둘이 되었을 때의 나의 모습에 대해 지속적으로 그려 본다. 그렇기에 항상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의 일상을 유심히 관찰한다. 내 주변에 그런 어른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부지런히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는 이유는 '오늘 내가 누리는 일상'이 삼십 대의 내가 간절히 바라왔던 삶의 일부가 그대로 보이는 삶임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십 년 뒤, 이십 년 뒤 내가 누리게 될 일상은 또한 오늘의 내가 부지런히 갈고닦아 놔야 누릴 수 있는 일상임을 분명하게 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 간절하다. 간절하게 간절하다.
이렇게 나이 들고 싶지는 않다.
무조건 나의 생각이 옳다며 다른 대안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고집스럽게 나의 주관을 밀고 나가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한 구별이 없다. 그러한 고집이 갈등과 반목을 가져온다. 그리하여 나를 스스로 고립시킨다. 나만의 세상 속에 갇혀 산다. 새로운 정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정체되어 있다. 오늘이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삶이다. '지겨워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매사가 지루하단다. 내 마음에 드는 게 없으니 밤에 두 발 뻗고 제대로 잠을 못 잔다.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해보지 않은 일에 호기심을 갖는다. 나와 세상에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경청한다.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으로 대한다.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의 개연성'에 주목한다. 함부로 단정 짓지 않고 여지를 남겨둔다. 단 한 번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천천히 시간을 두며 지속적으로 알아간다. 아니다 싶으면 어쩔 수 없다.
책을 두고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다. 책 속에서 길어 올린 문장을 빗대어 나의 삶을 이야기했을 때에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어떤 책을 길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읽어보지 않았다면 읽어 보면 될 일이다. 장르 제한이 없다.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책과 대화, 사람이라면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 내가 가진 신념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글을 쓰며 돌아본다. 변화해 나가는 나를 지속적으로 추적한다. 나의 신념이 건설적이고 건강하게 변화해 나가는 것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이가 나의 정신을 구속할 수 없다. 무뎌지지 않는다. 깨어있는 삶이어라. 나이에 맞는 알맞은 리듬으로 꾸준하게 움직이는 삶이어라. 잘 때 푹 잘 자고, 눈앞에 놓인 음식에 감사함으로 수저를 뜰 줄 알면 되겠다.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을 품고, 보듬어 주겠다. 내가 가진 것이 고작 귤 한 개라면 조각조각 나누며 맛을 보겠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바득바득 우기지 않겠다.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인정하겠다. 시간을 들여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겠다. 선이 고운 사람이 되겠다. 투박하지 않고 좀 더 섬세한 결로 매사에 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 결 하나하나, 따라가 본다. 눈가, 입가, 손끝과 발끝에 그러한 결이 묻어나도록 나이 들고 싶다.
그래서 오늘 나는 지나간 젊음이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