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갈 준비로 분주한 아침, 나는 부엌에서 가족들이 먹은 아침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갑자기 아들이 씻다말고 두 손에 수건을 꼭 붙들고 와서 나를 찾는다. 두 눈이 동그래져서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엄마, 엄마, 수건에 계엄이라는 글자가 써져 있는 줄 알고."
나 또한 깜짝 놀라 다시 본다. 뒤집힌 글씨가 언뜻 '계엄'이라 보인다. 우리 집에는 답례품으로 받은 수건이 많다. 평소에도 항상 쓰던 수건인데, 새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다시 봐도 아닌데, 뒤집힌데다 흘림체로 써져 있어 자꾸만 계엄으로 보인다. 2024년 12월 3일 그 날의 충격과 공포-시민들에게 군인들이 들이댔던 총구-가 언뜻 밀려 왔지만, 아이 앞에서 그저 웃으며 한바탕 소동인듯 넘겼다.
"분개한 사람만큼 거짓말에 능한 사람은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
그리고 3월 첫째주 토요일, 서울에 북토크가 있어 목적지로 향하면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지나치게 되었다. 또 한 번의 말도 안되는 폭력이 난무했던 장소다. 지나가기만 했을 뿐인데, 간담이 서늘하다.
시민들은 일이 진행되어 가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아는 사람은 알겠다. 누가 먼저 분개함을 드러냈는가. 그리고 드러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