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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덮인 산꼭대기 위에서 살아가는 마음이 필요한 일

by 엘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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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얼음 덮인 산꼭대기 위에서 고요히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 위해

부모는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

모유 수유를 하든 분유를 먹이든

움직여야 하는 건 매한가지다.

먹였다고 끝이 아니다.

먹은 만큼 싸기에 시시때때로 기저귀 갈고

뽀송뽀송하게 씻겨 줘야 한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면 그 보드라운

아기 피부가 성하지 못하다.

하나씩 주어진 과업에 손이 빨라졌다 싶을 때를

놓치지 않고 과제는 업그레이드 된다.

이제는 이유식을 챙겨줘야 할 때다.

조리도구 잡아 본 적 없는 엄마는 이때부터

아이들 밥을 해먹일 수 있는 내공을 키우나 보다.

미음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지면서 엄마의 요리 내공도 쌓여간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아장아장 걸을 수 있게 되니

엄마의 움직이는 반경도 넓어진다.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도

동네를 쏘다닌다. 말도 많아진다.

아이 연령 때에 맞게 주어지는 과제를

마스터했다 싶은 자신감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다음 단계의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어쩐 일인지 몸은 덜 수고로워지는데,

정신이 더 수고롭다.

생활습관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데,

당연히 알고 있다 생각했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나마 이건 실체가 있고 단계가 있어 난이도 하급이다.

기관 생활을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아진다.

사회에 나갔을 때 그래도 따뜻한 시선 받으며

내 아이가 클 수 있도록 매만져 줘야 한다.

무턱대고 '하지 마, 놀지 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이에게도 다 전후사정이 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봄으로 갈등 상황에서

조금 더 나은, 그리고 덜 후회하는 선택을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속이 터져도 기다려 줘야 한다.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하나' 싶은 주제를 가지고도

충분히 대화를 나눔으로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뭐 하나 마음 놓고 저절로 되기를

바랄 수 없는 일이 아이 양육이다.

자격증 땄다고 끝이 아니라

자격증 따려고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실전 경험이 쌓여야 그때부터 진짜 내 것이 된다.

잘해도 못해도, 언제나 부모 마음은 노심초사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마음 아이에게 들키지 말아야.

고요하고 침착하게 아이 곁에서 기다려주고 안아준다.

얼음 덮인 산꼭대기 위에서 고요히 살아가는 마음으로.


요즘 두 아이 키우는 엄마 마음이

꼭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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