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적막하다.
그 적막함 한가운데에서
니체의 문장 한 줄을 읽고, 필사한다.
필사하는 문장은 길지 않다.
생각을 담아 써내려 가니,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이 실린다.
그러고도 한참 생각에 잠긴다.
똑딱똑딱 성실하게 움직이는 초침 소리가 들린다.
초침 소리의 장단에 맞춰 나의 심장이 뛰고,
초침 소리의 장단에 맞춰 자판소리가 타닥타닥.
일어나자마자 커피 한잔 타서,
그대로 내 책상에 앉았다.
날 것 그대로의 내 모습이다.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니체의 문장과 연결되는 사색의 빛을 보고
그 빛이 보여주는 그림자를 따라간다.
과거로 갔다가 오늘을 보기도 하며, 미래를 그려본다.
빛바랜 사진처럼
아련한 흔적만 남았다 생각했던 일들이
사색의 빛을 받아 선명해지면서
또렷하게 실체가 되어 나의 눈앞에서 펼쳐진다.
보듬어주지 못했고, 알아봐 주지 못했던
'나'라는 실체를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추억에 잠겨 나를 잠식시키는 상태가 아닌,
그때도 지금도 너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바퀴를
열심히 굴리고 있으니,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고
내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안아주는 시간이다.
지금 네 모습 그대로 충분히 괜찮다 아낌없이
말해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족(自足)하는 법을 배워나감으로
자유(自由)로운 나의 모습에 더 가까워진다.
분명히 잠이 덜 깼나 싶었는데,
의식이라는 조명 안 꼬불꼬불 필라멘트에
환하게 빛이 밝혀졌다.
어렸을 적 형광등을 켜면 몇 번의 번쩍임과 함께
차랑차랑 울리는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도 들린다.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어떤 나의 모습을 만나게 될지
결코 알 수 없는 가늠할 수도 없는
진정한 미지의 세계다.
그 세계의 나를 만나고 싶어서
딸깍,
스위치를 켰다.
오늘도 어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