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장을 마주할 용기를 냈다

by 엘샤랄라
필사백-Day_79-001 (1).png

금요일 아침, 글을 쓰려고 문장을 들췄는데,

이날은 어쩐 일인지

니체의 이 호전적인 문장 앞에서

다소 주춤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결국 문장을 두세 줄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며

이틀 동안 나는 문장을 묵혔다.

거창한 용기라 생각하고 겁을 먹었다.

하지만, 다시 문장을 마주하며,

그가 말하는 용기에 대해 생각한다.


새벽마다 울리는 알람을 켜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나서, 모니터를 켜고

글을 쓰겠다 부여잡고 있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 용기였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발행'을 누르는 그 순간이 또한 용기였다.

그리고 다시 아이들 아침을 분주하게 차려낸다.

두 아이의 입에서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저녁을 차려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순간까지

단 하나도 저절로 되는 일이 없기에 이 또한

엄마의 용기였다.

수업을 준비하고 변함없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강사로서의 나도 용기였다.

학교로 학원으로 각자의 일터로,

당연하다 생각하며 행하게 되는 수많은 일들이

사실은 각자에게 짊어진 운명에 용기로 맞서는 일이었다.


그러한 가치를 알아줌으로

오늘 다시, 용기를 냈다.

문장을 마주할 용기를.

'가지 말까? 취소 할까? 하지 말까?'

하다가,

'이번만, 한 번만, 한 번 더 해보자.'며

그렇게 용기를 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도 어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