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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by 엘샤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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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反芻) :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함.


절실하게 무언가를 바라게 되면

되려 반추가 힘들어진다.

인지 위의 인지 메타인지가 활성화되기보다

눈앞의 목표만을 쫓기에 급급해진다.


그러한 이유로

나의 글쓰기는 절실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열개의 라이킷수가 스무 개가 되었을 때,

나는 마냥 기쁘다.

10명도 채 되지 않던 구독자가 스무 명이 되었을 때,

나는 마냥 기쁘다.

어쩌다 '글이 좋다'라는 다른 작가님의 댓글을 받으면,

나는 마냥 기쁘다.

수상소감이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바로 그 소소한 행복감이 나를 에워싸며

매일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읽고 또 읽어보면 고쳐야 할 문장들 투성이지만,

비교적 덤덤하게 '발행' 버튼을 누른다.


나의 글쓰기는 절실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내려놓는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색과 향기를 낼 것인지 여유를 두고 차근차근

마음껏 실험해 보고, 또한 마음껏 실패해 보는 중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마음껏

실패해 봐도 된다고 허락했던 적이 있던가.

1등에서 100등까지 등수를 매기는 싸움이 아닌,

각자의 글로 각자의 방향대로 가볼 일이다.


나의 글쓰기는 절실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절실하지 않기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글을 쓰겠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물흐르듯 살아가듯이

그렇게 나는 글 쓰는 삶을 살겠다.

절실하지 않기에 되려 힘을 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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