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Flashback)

by 밍숭맹숭한 파스타

나는 그동안 얼마나 안일했던가. '너는 날 담기엔 그릇이 작아.', '이 회사는 날 담기엔 그릇이 작아.' 그저 내가 큰 사람이라 지금 쥐고 있는 것들이 날 옥죄고 있다고 생각했다. 날 담기에는 그들이 다 너무 작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모두 내가 선택한 '그릇'들이었음을. 나는 그 선택에 대한 몫을 다 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그중에 더 나은 그릇들이 있었을 수 있는데. 당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서, 다른 그릇들을 비교해 보기엔 너무 게을러서, 사실은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음을 모르고 그렇게 탓을 해왔던 것도 같다. 내 잘못을 시인하기는 너무 어렵고 남 탓을 하는 것은 너무 쉬우니까. 그저 담겨있던 그릇 탓을 해왔던 것 같다. 사실은 내 안목이 그것밖에 안되었던 것도 모르고.


나는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그 한 끝 노력이 더 하기 싫어서 그동안 이가 나간 그릇들을 골라왔던 나는 얼마나 애석했던가.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조금만 기다리면 더 튼튼한 그릇을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눈앞의 포장지가 예쁜 깨진 그릇들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집었던가. 오만하기 짝이 없다. 결국은 내가 내 손으로 집은 것들이었는데, 포장지에 현혹되어 참된 선택을 했다고 스스로를 속였을 뿐이었다. 이런 스스로를 비통해하는 이 순간마저도 얼마나 모순되었는가. 나도 결국엔 후회의 동물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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