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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를 꿈꾸다 Feb 09. 2017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여성할례(FGM)

여성들에게 반복되는 일상적 고통을 멈추기 위하여  

'세계 여성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 철폐의 날'을 맞아 서울예고에서는 여성할례 근절을 위한 강연회가 열렸다. 소말리아 월드비전에서 여성할례 철폐 및 여성보건 지원사업 담당을 맡은 '님코 이드 아덴'이 특별 강사로 초청되었고, 자신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피해 경험을 담담하게 고백해주었다. 강연을 마친 후에는 학생들과 함께 여성할례 반대운동을 위한 대형 손바닥 그림도 그렸다.


세계 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30개국에서 2억 명의 여성할례 피해자가 발생했다. 인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성할례 관습이 존재하는 일부 국가들이 포함되지 않은 통계여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할례 관습이 가장 심한 국가는 소말리아였다. 15세에서 49세까지 여성 98%가 할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출처: 월드비전


그들이 할례를 시행하는 이유


할례는 구약성서에도 기록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관습이다. 유태인과 무슬림이 공통적으로 조상으로 여기는 아브라함은 자신과 집안의 모든 남자들에게 할례를 시행했다. 이것은 선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들을 이민족들과 구분하고자 한 것이었다. 신약성서에서도 할례의 전통은 중요하게 간주되는데, 예수 그리스도와 세례 요한, 사도 바울 모두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유대인과 무슬림에게는 할례가 중요한 의미로 남아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례라고 하면 대부분 포경수술을 먼저 떠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성인식의 의미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현대에는 개인의 위생과 청결한 관리를 위해 선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의 할례와 여성의 할례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시행,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할례, 즉 포경수술은 남성 음경의 표피 전부 또는 일부를 자르는 행위를 말한다. 여성의 할례도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해 손상을 입히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얼핏 보기에 생식기의 일부를 절제한다는 면에서 비슷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남성의 할례는 주로 종교적인 이유나 의학적인 이유로 시행이 된다. 반면, 여성의 할례는 성차별, 불결, 혐오를 이유로 시행되었다.


소말리아 속담에 "여자는 악마가 놓은 덫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성의 성기는 불결하고 음탕하게 여겨졌다. 할례를 시행함으로써 만악의 근원을 사전에 봉쇄하려 했다. 이들은 여성할례가 순결한 몸으로 시집갈 준비를 하는 것이라 믿었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성은 불결하고 방탕한 매춘부처럼 취급받는다.


출처 : 영화 <소녀와 여자>


여성 할례와 싸우는 슈퍼모델 - 와리스 디리


여성할례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면 2004년 '올해의 여성' 사회(인권)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슈퍼모델 '와리스 디리'일 것이다. 와리스의 나이 겨우 열세 살 때, 낙타 몇 마리에 팔려 나이 든 노인과 결혼할 뻔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고, 야밤에 홀로 친척집으로 도망쳐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말도 통하지 않는 런던에까지 흘러 들어가 가정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사진작가를 만나, 훗날 패션계의 톱모델로 성공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하나 더 숨겨져 있다. 그녀 자신이 여성할례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숨기고만 싶을 자신의 아픈 과거를 만천하에 공개했고, 이 문제와 공론화하며 싸워나갔다. 처음에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과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치유해 나간 것임이 증명되었다.


와리스 디리는 여성할례 근절을 위해 2002년에 재단을 설립했다. 유엔의 특별 인권 대사로 활동하며 여성할례의 현실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그녀의 활약이 커질수록 더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삶이 선사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 '와리스'는 '사막의 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이름처럼 척박한 여성할례의 참상 속에서 향기를 발하는 이가 되었다.


그녀의 삶은 자전적 수기 형식으로 출판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 <데저트 플라워>(2009)가 만들어졌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그녀가 유엔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한다. “아프리카 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여성입니다. 이러한 야만적인 의식(여성할례)이 없어지면 아프리카는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출처 : 섬앤섬 <사막의 꽃>


이방 여성의 눈에 비친 FGM


한국 여성 감독도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들여다본 적이 있다. 영화 <소녀와 여자>(2015)는 아프리카 케냐와 우간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성할례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속에는 두 소녀가 대비된다. 할례 의식을 마친 후 환영받는 소녀들과 할례를 피해 캠프로 도망쳐온 소녀. 여성할례를 받은 소녀에게도, 받지 않은 소녀에게도 당면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영화는 여성할례로 인한 부작용을 잘 보여주었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는 여성들도 소개되었다. 지연 분만으로 인해 영아사망률이 높다. 여성에게 비뇨기 질환이 많고, 과다출혈로 인해 자궁과 요로에 이상이 생긴다. 장기적으로는 불임, 생리통, 불감증,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반면, 여성할례를 받지 않은 소녀들은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압력이 가해지고,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었다. 이 지역에서 여성할례는 성인식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성이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갖기 위한 필수적 관문인 것이다. 여성할례를 거부한 어느 아버지는 몸이 잘려 나가기까지 했다.


<데저트 플라워>가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톱모델로 성공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면, <소녀와 여자>는 아프리카 소녀들에게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해 그렸다. 아프리카 소녀들의 당면한 문제를 보여주면서, 문화와 전통, 여성 인권과 폭력, 지역사회와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출처 영화 <소녀와 여자>


여성할례를 근절을 위해 진행되는 노력


어떻게 하면 이토록 잔혹한 관습을 없애나갈 수 있을까? 여성할례는 오래된 전통이기에 무조건 비판하여 접근하면 반발과 저항이 많이 따르게 된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그 해로움을 각성하도록 하는 일, 잘못된 관습을 포기하도록 독려하는 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는 일들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수단과 같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각종 전시회, 음악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성할례로 사망한 여자 어린이의 사진을 전시한 적도 있고, 종교지도자가 나서서 여성할례가 영적, 신학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할례 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실시한 적도 있다.


해마다 2월 6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할례 금지의 날’로 지켜지고 있다. 여성할례의 참혹함과 피해사례를 알리고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할례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남녀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것이다. 올바른 성의식에 관한 교육과 계몽도 여기에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한다.


여성할례는 단순히 여성의 몸에 흠집을 내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은 사고 팔리는 소유물이 아니며, 관습으로 묶어 둘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성숙한 사랑과 믿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식의 개선이 있어야 비로소 문제의 해결도 가능해질 것이다.


출처 : 영화 <데저트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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