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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한 Oct 03. 2022

1-6. 이태리 "화려함"의 상징 : 발렌티노,베르사체

1. INTRO

2차 세계대전 전후 탄생한 이탈리아 브랜드들

이탈리아 브랜드는 크게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나뉩니다. 제냐와 프라다, 구찌와 펜디 등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세계 2차 대전 이전에 탄생했죠. 100년 전후의 역사를 가진만큼 변화도 많습니다. 반면 2차 대전 이후 탄생한 브랜드들은 그 호흡이 짧죠. 50년 전후의 역사다보니, 이전과 달리 2개씩 묶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탈리아의 "화려함"을 한껏 보여주는 두 가지 브랜드 "발렌티노, 베르사체"를 알아보겠습니다.

발렌티노, 베르사체 로고 



2. 발렌티노(1959)

#1. 1세대, 창립자의 발렌티노 레드

발렌티노의 창립자 발렌티노 가라바니입니다. 그는 1959년 로마에 본인의 이름을 딴 오뜨 꾸뛰르 매장, 발렌티노를 창립하죠. 오뜨 꾸뛰르 매장을 열기 위해선 파리의상조합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타국인 이탈리아인이 받은 적을 이례적인 일이었죠. 그만큼 그는 이탈리아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드레스를 잘 만들었던 그는, 레드 색상을 자주 활용했고, 이는 "발렌티노 레드"라는 고유명사가 될만큼 유명해졌습니다 (실제로 팬톤 컬러 차트에 등록이 되어있죠.)

<영화>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 포스터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 영어로는 Make to order. 고급 맞춤복을 의미하며 기성복과 달리 특정 고객군(왕족과 귀족 등 부유층)을 위한 일대일 맞춤으로 제작


오뜨 꾸뛰르 드레스가 메인인만큼 왕족이나 귀족 등 부유층에 고객이였는데, 그의 팬 중에는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영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있었죠. 1963년 존F케네디가 사망하자, 1년간 블랙or화이트 드레스만을 입어야했던 그녀는 그의 드레스를 무려 6벌이나 구매하죠. 이후 1968년 가라바니는 그녀를 위해 12벌의 하얀 옷들로 구성된 "화이트 컬렉션" 선보입니다. 이로 인해 그는 이탈리아는 물론 미국에서 더욱 유명세를 탑니다. (같은 시기인 1968년, 발렌티노 V로고가 탄생합니다.)

발렌티노의 White Colletion (사진은2020s/s이며, 1968년을 오마주)


#2. 2세대, 락스터드카모 플라쥬

2008년, 가라바니가 은퇴하면서 두 명의 디자이너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마리아 그라지아 치루이"가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발탁됩니다. 피에르는 펜디에서 악세사리 라인을 담당한 경력을 바탕으로 1999년부터 발렌티노의 악세사리 라인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2008년부터는 마리아와 함께 발렌티노는 운영했죠. 

(좌)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우)마리아 그라지아 치루이

창립자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명의 디자이너는 크게 가지 아이템으로 그 우려를 잠식시켰습니다. 락 스터드, 카모플라쥬입니다. 피라미드 모양의 금속 징인 락 스터드와 카모 플라쥬 패턴은 기존 발렌티노의 세련된 이미지와 잘 어울리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호평을 받았죠. 락 스터드는 여전히 스테디셀러지만, 카모 플라쥬 패턴은 국내에서는 큰 히트를 치지 못했답니다. (2010년 드라마 시X릿 가든에서 주인공이 락 스터드 스니커즈를 신은 적이 있죠)

[(좌)락스터드 힐 (우)카모플라쥬 스니커즈 / 출처 : 발렌티노 홈페이지, 무신사] 


#3. 2세대 Solo, V-Ring VLTN

2016년 이후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는 홀로 발렌티노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마리아 그라지아 치루이는 현재 디올의 여성복을 이끌고 있으며, 디올의 남성복은 킴 존스가 맡고 있죠.) 

[피에르 파올로 피치올리, 발렌티노의 CD / 출처 : 발렌티노 홈페이지]


2017년 리조트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VLTN(VaLenTiNo) 로고를 새로 선보였습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 명품들의 로고플레이레 합류했죠. 2018년에는 압구정과 강남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열었죠. 로고 플레이 특성상 RTW 위주에 적합하다 보니 후드나 자켓, 신발 등에 해당 로고가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오뜨 꾸뛰르 위주였던 1세대 발렌티노가 2세대에 이르러는 RTW로 그 영역을 확장했죠. (물론 여전히 오뜨 꾸뛰르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좌) VLTN 로고 티셔츠 (우)V-Ring 백과 악세사리 / 출처 : 발렌티노 홈페이지]

이후 2019년에는 창립자의 v로고를 재해석해 새로운 V-Ring을 만들고, 가방과 악세사리에서 출시했죠. 1999년부터 발렌티노의 악세사리 라인을 담당했던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V로고를 재해석한 것입니다  


3. 베르사체 (1978)

#1. 베르사체의 상징, "메두사"

[(좌)지아니 베르사체 (우)베르사체 메두사 로고]

베르사체는 북부 밀라노에 본사가 위치하지만, 남부의 화려함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창립자인 지아니 베르사체가 남부 칼라브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죠. 베르사체의 상징인 메두사 또한 중남부 로마의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차용된 것입니다. 


그가 메두사를 브랜드 상징으로 사용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메두사는 괴물이 되기 전, 포세이돈의 마음을 훔칠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브랜드 또한 메두사처럼 대중들을 유혹하고 또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죠. (로고는 1993년 제작되었고, 그 전에는 지아니 베르사체 이름이 로고였습니다.)


메두사의 관능과 아름다움을 지향한 가치관은 베르사체의 아이덴티티에 잘 드러나죠. 발렌티노가 "레드"라는 색상으로 유명했다면, 베르사체는 화려한 "패턴"관능적 "라인"으로 유명합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할 때도 베르사체는 늘 화려람을 유지했죠. 

[화려한 패턴 : 2018 S/S 베르사체 런웨이/출처 : 보그]
[여성의 허리와 다리 등 "라인"을 강조 / 출처 : 베르사체 홈페이지]


#2. 베르사체의 사망, 형과 여동생이 넘겨받지만..

그렇게 화려함으로 이름을 날리던 베르사체는 1997년, 갑작스러운 총살로 사망합니다. 이후 형인 산토 베르사체와 여동생 도나텔리 베르사체가 베르사체를 운영하는데요. 2000년 초반에는 베르사체의 화려함을 잊고, 미니멀리즘을 좇다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행보를 보이게 됩니다. 

[베르사체를 이끌고 있는 도나텔리 베르사체 / 출처 : GQ]

오랜 적자에 시달리다 2010년 중반에 이르러 흑자로 전환하고, 2019년에는 미국의 카프리 홀딩스에서 베르사체를 인수하죠. (카프리 홀딩스는 마이클 코어스를 보유한 미국의 패션 그룹입니다.) 2000년 초반에는 휘청했지만 다시 흑자로 전환한 능력 덕분인지, 카프리 홀딩스는 도나텔리를 여전히 베르사체의 수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는 펜디와 협업을 하는 등 특이하되, 베르사체만의 화려한 정체성을 지키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4. Ending

발렌티노는 "레드"라는 색상으로, 베르사체는 "메두사"라는 상징으로 이탈리아 화려함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화려함은 이탈리아 남부의 기후에 기반을 두는데, 날씨가 춥고 일교차가 큰 북부와 달리 남부는 게을러질만큼 따뜻하고 기후가 좋습니다. 때문에 남부는 북부보다 두께가 얇고 그 색과 디자인이 굉장히 화려하죠. 어쩌면 우리는 이탈리아 남부의 기후를, 두 브랜드의 화려함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건 아닐까요?


이러한 남부의 기후가 비단 발렌티노와 베르사체에 국한되지 않죠. 이탈리아의 3대 수트 브랜드 "키톤, 브리오니, 체사레 아톨리니"도 모두 남부에 위치합니다. 다양한 색상과 촤르르 떨어지는 원단, 유려한 핏은 나폴리 수트를 세계 정상으로 이끄는데 한 몫 했습니다. 그 덕에 수트 한 벌에 1,000만원이 넘죠. 그러나 수트 위주다 보니 대중성이 높진 않습니다. 따라서 다음 편은 수트를 위주로 이름을 알렸으나, 다양한 상품 라인으로 대중성까지 확보한 돌체앤가바나와 아르마니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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