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2014년의 나에게 취미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아마도 망설임없이 취미는 발레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 취미는 오늘도 거르지 않고 했고, 여전히 취미의 1순위는 발레인데도 이 대답을 섣불리 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그렇다. 발레를 취미로 하고 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삶의 궤적 안에 들어와버려서 하지 않고 살기는 힘들 정도가 되었다. 만약 사흘 이상 하지 않는다면 허리가 아프고, 뻐근함을 느낀다. 하루 걸러 하루 정도는 꼬박꼬박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몸이 굳고 그간 쌓아놓은 것이 무너지는 느낌에 약간 몸서리치게 된다. 과연 이렇게 복잡한 심경과 책임감을 가진 것이 마냥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 요새 하는 생각은 이 역시도 어느 정도 하나의 업처럼 다가온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비록 이 것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니나 하나의 업무처럼 꼭 해야하는 습관이 되버린 것일 수도 있다.
습관 하나, 몸 전체에 힘을 줄때 발끝까지 포인 동작을 하게 된다.
필라테스에 가서 다리를 돌리거나 쭉 뻗을 때, 조금 더 쉽게 뻗기 위해 발끝까지 일렬로 만들게 된다. 바닥에서 다리를 뗄때도 종종 그렇다. 길게 뻗는 느낌으로 혹은 다리가 길어지는 느낌으로 한다면 발끝이 다리의 방향에 맞게 그렇게 변한다.
습관 둘, 허리를 빳빳이 다리도 빳빳이
피곤한 습관이지만 되도록 자세를 고쳐잡아 앉는 경우가 많다. 휘어진 등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다리 뒤쪽에 힘을 줘서 팽팽하게 서 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서있기만 해도 피곤하다.
습관 셋, 품이 여유로운 옷을 선호한다.
되도록이면 기동성이 좋고 어꺠의 움직임이 자유로훈 헐렁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매번 사는 옷도 결국 그렇다. 어울리지 않아도 맨투맨이나 후드티를 색깔별로 모으게 된다. 그 뿐 아니라 일상복보다 운동복 사는 것에 열중하게 된다. 레깅스든 발레복이든 실제 평상시 입을만한 게 아닌 운동특화된 것에 조금 더 치중한다.
습관 넷, 밑창이 가벼운 신발만 신는다.
발바닥힘으로 신발모양이 달라질 수 있는 형태의 신발을 선호한다. 다리를 들었을 때 신발의 무게감이 되도록 느껴지지 않는 게 좋다. 그나마 발목이 안좋은 날에만 조금씩 밑창이 두꺼운 걸 고른다.
습관 다섯, 살 찌는 것에 예민하다.
되도록 살 찔만한 음식은 피하게 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렇게 먹고 난 후 거울을 볼 자신이 없어서. 물론 뛰거나 균형잡을 때 불편해서도 있다.
하나씩 습관이 바뀌어가는 나 자신을 보면 종종 대견스럽다. 가장 어려운 일이다. 감각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몸의 변화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 그러다 보면 조금 더 풍족한 노년이 되어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