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생태계에서 헤엄치는 IT 디자이너의 일기 - 0
엄밀히 따지자면 외국계 기업은 아니다. 순수하게 한국에서 출발한 회사이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본, 투자금 흐름과 외국 법인 설립 그리고 그 관계 변화 등등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굉장히 애매하여 에둘러 자의적 해석으로 다국적 회사로 명명하였다.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복잡한 내부 사정을 가진 곳이라 보안상 회사명 공개는 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 언젠가 퇴사하면 그때는 밝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 자씩 써 내려가는 이유는 내가 겪은 것들이 '그래도 한국에서는 특이한 작업환경에 독특한 경험담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여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눠주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분명 유명한 회사의 네임밸류가 명시되어 있거나 업계 상위 인재분들의 이름을 달고 나온 이야기라면 좀 더 신뢰성도 높고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도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어떠한 인연이 있길래 나의 페이지까지 오게 된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만이라도 내 경험이 흥미롭길 바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한국인인 중심인 회사임에도 기본적으로 정말 다국적 출신의 동료분들이 많이 계신다. 다른 외국계 기업들은 '영어'로 작성, 소통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여기는 근본적으로 '한국 회사'라는 기조가 있기 때문에 '한국어'가 중심 언어가 되어 외국어로 작성된 파일을 읽더라도 항상 병행으로 사용된다.
심지어 외국인 분 중에서 요즘에는 지속적인 한류, K-pop 열풍 때문인 건지 과거와 달리 한국어를 잘하시는 분들도 제법 많아 업무에는 사실 큰 지장이 없어 영어 혹은 타 외국어를 꼭 배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 아닌 장점이다.
물론 실제 구두로 하는 회의에서는 통역가가 항상 대동해 있는 것도 아니라 종종 이런 장점이 낭패가 되는 단점으로 부메랑 되어 돌아올 때도 있긴 하다. 특히 팀 리더라면 유관부서와 소통할 일이 많기 때문에 외국어 한두 개쯤은 잘하면 매우 도움 되는 구조다.
확실히 기존 한국 회사들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최근에는 한국 회사들도 수평구조와 자율 근무제, 재택근무, 공유 오피스 이용 등 기존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상 다녀보면 규정상 그런 것이지 실제적으로는 팀이나 리더의 분위기에 따라 회사가 내세운 해당 규칙을 적용 못할 때도 있다.
여기는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도 있기에 흔히 인터넷에서 썰로 많이 돌아다니는 멕시코 노동자들은 사장이 일을 시키면 '그냥 내일 해~ 사장님~'하고 집에 간다는 이야기처럼 다수의 사람들을 규칙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할 수 없는 무언가의 분위기가 확실히 존재한다.
이 말은 물론 '야근이 전혀 없고 항상 행복하고 자유로운 곳이에요~' 이런 판타지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일단 회사니까 말이다.
그 유명한 X글, X플 같은 곳도 자유가 주어지되 치열하게 일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책임감과 중압감이 필수라는 사실은 많이들 알려져 있을 것이다. 회사는 말 그대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곳이니 우리도 필요하면 야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오히려 더 치열하게 업무를 해야 될 때도 있다. 그렇기에 자유롭고 행동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눈치를 보고 말도, 행동도 못 하는 곳이라면 과연 그 다국적 회사는 성공적인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 역질문을 해보면 그 해답은 쉽게 얻어진다.
기본적으로 디자이너가 일하는 프로세스는 타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획을 보고 아이디어 제시나 방향성을 논의 후 시안을 제작해서 수정의 수정의 수정을 거듭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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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점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외국인이라는 것인데 해외에서 취업한 것도 아닌데 이런 글로벌적인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취준생이었던 나에게는 꽤 메리트 있는 환경이었기에 입사를 지원했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모든 직원들이 외국인 동료들과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도 많이 있는 회사이기에 맡는 프로젝트마다 구성원들이 전부 한국인이면 안타깝지만 한국 회사랑 다를 바는 사실 없다. 운이 좋게도 내가 맡았던 프로젝트들 중 긴밀하게 외국인 동료들과 협업해야 하는 일들도 있었기에 다른 에피소드와 경험이 쌓일 수 있었을 뿐이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차차 다음 회차에서부터 풀어내도록 하겠지만 다른 문화권과의 만남은 나에게 실로 예상 밖의 경험과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문장의 끝맺음을 맺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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