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터널의 진실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옆자리의 아내는 컨디션 좋은 새처럼
쉴 새 없이 조잘거립니다.
저는 그 말을 다 이해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저
"응. 그렇구나, 대단하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며 아내의 지저귐이 끊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참을 조잘대던 아내가 갑자기
"오빠! 저기 동전터널이야.
동전을 준비해야 해!" 합니다.
"응. 그렇구나. 우리 차는 소형이니까
육백 원이겠지?"
하며 저와 아내는 동전을 찾기 위해
수납함을 열기도 하고
양쪽 주머니 깊이 손을 찔러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동전터널을 지나도록
동전을 받는 게이트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찌 된 일인가 고민하던 찰나
동전터널은 통행료를 받는 곳이 아니라
터널의 이름이 동전터널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한바탕 신나게 웃습니다.
서로 바보라고 놀리면서 말이지요.
바보라도 괜찮아요.
우리는 서로의 말을 바보같이 믿으니까요.
콩으로 팥죽을 끓인다고 해도 믿고 보는
우리는 바보 같은 부부입니다.
사실 내 삶에는 매일매일 부정과 게으름과 악함과 연약함의 싹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장마철 뒷마당 잡초처럼 고개를 든다. 스스로 그것들을 제거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잡초의 뿌리가 깊어질 때마다 아내가 집어 든 건 야구방망이가 아니라 호미였다. 호미가 내 눈에 야구방망이로 보인 건 성숙하지 못한 인격과 부족을 인정하기 싫은 내 아둔함 때문이었다. 여하튼 호미를 들면 쉽게 해결될 일을 손으로 후벼 파며 자존심만 세우면 무슨 소용인가.
-새피엔딩 (호미를 던져줄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