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도 사랑받는 괴짜 상점의 진짜 비밀

정해진 길만 걷고 있나요? 새로운 길이 두렵나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by 엘슈가

'회사 생활 10년, 무엇이 되었건 내 일을 해보자'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주로 기업 마케팅 업무를 해온 내가 이런 낙천적이면서도 무모한 결심을 한 것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던 9년 전 어느 날 아이 손을 잡고 건너던 길 한복판에서였다.


퇴사하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블로그였다. 역시 막연한 확신을 가지고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잘 운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쇼핑몰을 처음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잘 되는 쇼핑몰을 조사 분석해서 내 쇼핑몰에 적용시키는 벤치마킹이 중요할 것이다. 유명한 프로 ‘골목식당’에서도 안 되는 가게를 회생시키기 위해서 잘되는 가게의 비법을 찾아 벤치마킹하듯이.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잘 나가는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생각이 없었다. 기본은 갖추되 일반적인 쇼핑몰에 없는 '무언가'를 제공하고 싶었다. 그러면 잘될 것 같았다. 꼭 대박이 나야만 잘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시도한다면 대박은 따라올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무미 무취의 온라인 세상에 사람 냄새나는 상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나를 꼭 닮은 사람들이 내 고객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하나를 사더라도 꼼꼼히 알아본 뒤 잘 사서 정말 잘~사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들길 바랐다. 물건을 사러 들어왔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사고 나가는, 거기까지가 인연인 온라인 쇼핑몰 세계에서 이런 바람은 어떤 이의 눈에는 무모한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쇼핑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때도 있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새로운 고객들이 여러 명 유입되기도 했지만 신규 아이템 업데이트가 무색하게 방문객이 한 자릿수 일 때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흔들릴 수는 없었다. 한결같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만을 팔겠다고 다짐했지만 저가의 수입산 제품이 괜찮아 보일 때면 혹했던 적도 많았다. 샘플을 구해서 사진까지 찍었지만 올리지 않았다. 겉만 번지르르한 상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판매자이기 이전에 '매의 눈'을 가진 구매자로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상점의 택배는 특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고객들이 느낄 정도면 실제로도 특별할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택배 하나당 20분~30분의 포장 시간이 소요된다면 이건 운영 측면에서 보면 말이 안 된다. 하루 종일 배송에 매달려야 한다는 소리이며 인건비도 안 나온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 대신 좀 다른 엘슈가샵 배송이라는 일관성은 지키되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면, 그걸 알아줄 나와 같은 고객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러 명이...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이 작은 상점에서 한 번도 안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 온라인 쇼핑몰 반품률 1%, 라는 믿기 어려운 숫자, 반품 거의 없음에 도전해 왔다는 것. 구매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후기를 남기며 새로운 고객들을 데려오고 있었다.


포털에 눈에 띄는 광고를 클릭하면 중국에서 바로 물건을 보내주는 해외배송 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시대.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어디에 있는 물건이든 구매할 수 있는 시대. 하루에 몇 개의 상점이 생기고 또 없어질까. 결과적으로 이 작은 상점은 온라인 쇼핑몰 호황의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9년째 꿋꿋하게 존재하고 있다. 쇼핑몰에 ㅅ 도 몰랐던 내가 9여 년째 이 상점 덕분에 자주 웃고 간혹 울기도 하며 이렇게 돈까지 벌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박 나는 쇼핑몰 공식을 공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룰은 룰대로 적용하되 그 안에 '내 취향'을 녹였다. 그러자 그 취향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더 좋아했더니 어느 순간 잘하는 일이 되었다. 내 온라인 상점은 규모는 작아도 탄탄한 매출과 고정 고객층을 가진 알짜배기 상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순 유통업 아니냐고 묻는다면 답하고 싶다. 우리 상점은 단지 물건만 팔지 않는다고. 온라인 상점을 운영하며 상품 개발, 브랜딩, 마케팅, 고객관리, 물류와 배송, CS를 두루 공부하고 소화하여 이윽고 내 것으로 만들었다. 쇼핑몰을 운영하다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종이신문을 구독하며 사회를 보는 눈과 경제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키웠다. 세상을 보는 눈이 쇼핑몰을 운영하기 전과 천지차이라고 한다면 조금 과장일까. 이것을 내 상점에 녹였다. 나만의 감성과 관점을 담아 큐레이션(Curation) 해왔다.


상점을 운영하며 때론 배우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책도, 신청하고 싶은 자기 계발 과정도 있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남편이 벌어온 돈을 선뜻 쓸 수는 없었다. 엄마들이 자신을 위한 자기 계발 비용에 대한 생각은 대개 비슷하지 않을까? 그럴 때마다 이 상점을 운영해서 얻은 수익이 든든한 ‘꿈 통장’이 되어 주었다. 그때마다 든든하고 고마웠다. 꾸준한 수익원이 되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꿈 통장까지 되어주니 이것만큼 남는 장사가 또 있을까?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듦이 없지 않았지만 말이다.


좋아하는 일로 온리원되기

사람들은 이제 엘슈가샵 이용을 넘어서서 9년째 사랑받아온 노하우를 물어온다. 그들에게 이제 비밀을 말해주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더 좋아해 왔다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업무를 남에게 맡겨버리는 편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좋아하고 오래 하고 싶기에 ‘정성’을 쏟았다고.


두 번째는,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온리원(only one)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내 지향점은 대형 쇼핑몰 운영자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쇼핑몰을 운영하며 그 안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에 '스토리 콘텐츠'로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것이 내 지향점이었다. 스토어 운영, 콘텐츠 코칭 일을 하며 그 안에 있었던 일들을 '메타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사람.


결과적으로 나는 대박 쇼핑몰 운영자는 되지 못했다. 그것이 내 지향점도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특장점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10여 년간 운영하면서 에피소드를 글로 쓰는 작가는 드물다. 10여 년간 콘텐츠를 생산자 해오며 그 노하우로 강의 플랫폼 창업을 한 사람도 드물다. 남들과 다른 한 끗 다른 차이를 만들고 그것을 강화해 가는 것.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는 것. 나는 지금 온리원(only one)을 향해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상점이 작아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일.



지금 온라인 상에 서 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나만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시라고. 못하는 것 말고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남들이 정해놓은 방식만을 따르지 말고 나만의 방식을 찾으라고.


누가 알아줄까 싶지만 분명 알아주는 사람이 생긴다. 한 명이 어렵지 그 한 명만 생기면 백 명, 천 명...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그러니 당신을 믿고 지금 그 자리에서 시작하시라고. 당신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거기에 '정성'을 더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이전 삶은 못 살겠고 지금 삶은 마냥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그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정해진 정답대로만 살았다면, 온리원으로 살아가는 이 기쁨은 몰랐을 것이라는 것. 이것이 작아도 사랑받는 괴짜 상점이 가진 진짜 비밀이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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