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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관 Oct 14. 2022

A의 삶과 F의 삶

프롤로그

 이 책은 제가 잘 아는 F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주워 담았습니다.     


 그는 초등학생  교통사고로 누나를 잃었습니다중학생 때는 아버지의 '빚투주식투자 실패로 가족이  재산을 잃었습니다고등학생 때는 성적이 점점 떨어져 2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전교 꼴찌를 했습니다성적에 맞춰 가까스로 입학한 대학교에서도 3학년 1학기 때는 학점 1.56 받았습니다F 배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 푸는 일을 마치고 퇴근했을 즈음. 저는 우편함에 있던 그의 학사경고장을 누구보다도 먼저 뜯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


 F 당장의 생활비가 필요해 어느 작은 회사에 인턴으로 계약했습니다.  과목을 수강신청해놓은  휴학하지 않은 상태로 매일 출석 대신 출근을 했습니다. 그렇게 여동생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계속 대학생이었던 F, 9 만에 대학교를 졸업해 떠날  있었습니다. 졸업  1 . 29살이나 먹고 나서야 선생님이 되고 싶어 교육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래서 (2022 기준) 30살이  지금까지 학생입니다. 무려 22  학생인 F 현재 모아 놓은 돈보다 갚아야  학자금 대출금이  많은 백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아는 또 한 사람. A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는 과학고등학교를 2학년 때 조기졸업했고 대학생 때는 5,091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2권의 시집을 쓴 시인이기도 한 A는 대학교에 입학한 뒤 20여 가지의 대외활동 참여, 10여 번의 공모전 수상을 하며 세상을 알아갔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버저비터를 꿈꾸며 지금도 기회를 만나면 기꺼이 젊음을 던지는 A. 그는 꿈과 삶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애쓰는 작가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눈치채셨나요. F와 A는 사실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해서. 희망이 보이질 않아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도 아버지가 잃은 5억 원 가량의 손해는 따라잡기 힘들 거란 생각에. ‘실컷 놀다가 30살 되면 죽어야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기업에 취직해도 10년을 10원도 안 쓰고 모은 결과가 고작 원점이라는 생각에. 취업준비할 의욕도 생기질 않았습니다. 어떻게 결론이 그렇게 되냐 싶을 수 있지만 조금은 이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그때 19살이었거든요.


‘출발점부터 뒤처진 인생.’


 유통기한 끝나가는 편의점 햄버거를 먹으면서 19살이었던 제가 종종 하던 생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망한 건 제가 아니라 아버지였고. 빚도 제가 아닌 아버지가 갚아야 할 돈이었는데.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한 19살 청년이 돈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건데. 저는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할 생각은 꿈도 못 꾼 채 여전히 부모의 일부분으로서 부모님에게 의존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망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저는 여전히 돈이 없습니다. (2022년 기준) 서른 살이나 먹고도 여전히 학생이고 모은 돈은 2천만 원도 안 되면서 갚아야 할 빚은 3천만 원이 넘습니다. 백수이면서 겁도 없이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합니다.


 임용고시를 앞둔 공시생(임용고시생) 주제에. 그럼에도 불행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하루를 기꺼이 살아내는 작은 성취를 매일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대학생 때 저의 생존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약자의 입장을 내세울 때가 있고. 또 어떤 때는 ‘능력 있는 천재 변호사’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질 때가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힘들 때마다 F의 모습을 내세워 세상으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받거나 물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원하는 일을 해내고자 A의 모습을 하고 불도저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친한 친구들에게도 창피해서 얘기 못한 이야기들을 많이 담았습니다. 괜찮은 척. 문제없는 척했던 2010년대. 그리고 ‘잘 해내는 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날들 중 기억나는 순간들을 떠올려 적어봅니다. 지금도 세상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어느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정서적인 위안과 현실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프롤로그는 2017년 KT&G 상상실현 콘테스트 공모전 ‘대상’(대표이사상) 수상작 일부에 추가적인 내용을 더해, 글로 옮겨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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