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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yan Feb 26. 2020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받아들임의 차이





사라 폴리의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를 보면
수영장 샤워실에서 아줌마들끼리 나누는 시시껄렁한 잡담에 할머니가 던진 한 마디가 있다.

'새 것도 헌 게 된다우'

익숙한 것은 빛바래 보이고 지루하고 시시하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새것은 눈부시게 반짝이고 호기심을 샘솟게 한다. 처음에야 새것이 좋아 보이기 마련이지만 새것에 눈이 멀었을 때 정작 새것도 곧 헌 게 된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새 것에서 헌 것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겠다.

어제 간만에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가로수길에 들렀다.
가로수 상권이 죽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곳임엔 틀림없는 듯하다.
일전에 강남역 낙원 타코를 방문해서 대체 이곳에 여자 손님이 왜 이리 많은 것이냐.라고 후기를 썼고, 여자분들께 물어도 봤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그냥 이런 분위기가 힙해서, 트렌드라서 라는 답변이 거의 전부였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제 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가로수길은 정말 휘황찬란하게 레트로 무드가 거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낙원타코의 인테리어를 그런 무드로 해놨구나...라고 바로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인스타에서 요즘 핫한 사진을 보면 일반적인 사진이 아닌 편집을 통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이런 레트로 무드가 패션, 인테리어, 예술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어마어마하게 확대되고 있는걸 나는 전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나이대의 사람들이야 이런 걸 레트로, 복고라고 부르며 촌티 난다라고 생각하지, 이걸 새 것으로 받아들여 최신 유행으로 인식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나에겐 전혀 새로움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래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 한참 유행했던 나팔바지, 체크 정장을 공전의 히트를 시키며 소위 대박 브랜드로 떴던 스톰도 그 당시 우리에게나 NEW ARRIVAL이었던 거지 그 당시 어른들에겐 그저 촌스러운 복고풍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우습기도 하고 그렇게 변해가는 내가 슬프기도 하고 그랬던 주말이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떤 현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렇게 다른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가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이가 들었다 생각을 해 본 적이 딱히 없었지만 어제는 그 생각이 내게 불쑥 다가왔다. 그렇게 조금은 슬퍼졌던 하루였다.


현시대를 살면서 과거도 경험해 본 우리가 유리한 건가?라고 생각하면 또 기분 좋을 일이고...

이 또한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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