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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Jun 11. 2017

여럿이 뜯어먹기, 체크무늬 마늘빵

체크무늬 마늘빵이 얼마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가 하면,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이름 짓기다. 커다란 빵에 체크무늬로 칼집을 깊게 넣고 치즈에 향신료, 허브를 잔뜩 뿌려서 굽는 이 빵은 주로 풀어파트 브레드 pull apart bread나 크랙 브레드라고 부른다. 왠지 한글로는 영 와 닿지 않는 이름이다. 뜯어먹는 빵, 금 간 빵, 칼집 넣은 빵. 장황하고 구구절절해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고르게 넣은 격자무늬를 반영하여 체크무늬 마늘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제일 어려운 부분을 해결했으니 이제 만들어보자. 


빵 사기는 이름 짓기에 이어 그나마 두 번째로 어려운 단계다. 왜냐하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빵을 제대로 사면 체크무늬 마늘빵은 60% 성공이다. 반드시 통으로 된 빵 한 덩어리를 구입해야 한다. 둥근 시골빵이 맛있고 예쁘지만 허니브레드처럼 통식빵으로 만들어도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부드러운 질감을 좋아한다면 식빵을 추천한다. 뭐든지 간에 좋아하는 빵을 골라서 통째로 한 덩어리 사자. 


이어서 마늘 버터를 만든다. 이 단계만 한 한 달 전에 미리 진행해도 전혀 상관없다. 냉동해두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으니까. 나는 부드러운 버터에 각종 허브나 향신료를 섞어서 만드는 플레이버 버터에 조용히 집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버터를 덩어리로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지만 그렇다면 앙버터의 존재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지방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집착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하여튼 마늘 버터는, 실온에 두어서 부드러워진 버터에 다진 마늘과 다진 파슬리를 넣고 파프리카 가루, 소금, 후추로 간한 다음 설탕을 살짝 넣고 잘 섞으면 완성이다. 가능하면 마늘을 직접 다져서 넣자. 다진 셜롯을 넣기도 하고 타임, 바질 등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허브로 대체해도 좋고 원한다면 레몬 제스트를 더해도 좋다. 넉넉하게 만들어서 원기둥 모양으로 빚은 다음 유산지와 포일로 단단히 감싸고 봉해서 냉동 보관하자. 이제 아무 때나 바게트, 식빵, 모닝빵 등에 발라서 굽기만 하면 마늘빵이 완성된다. 



이제 앞서 사온 빵에 1~1.5cm 간격으로 체크무늬 칼집을 깊게 넣는다. 속까지 버터와 치즈가 파고들어야 맛있으니 깊게, 하지만 바닥 부분은 붙어있도록 조심한다. 이때 사용해야 할 칼은 빵칼이다. 마늘 버터는 냉동 상태로 잘게 자르거나 퍼서 체크무늬 사이사이에 바르거나 끼운다. 넉넉히 듬뿍 바르자. 덩어리 빵은 깊고 크다. 그리고 모차렐라, 체다, 미몰레트, 파르메산, 에멘탈, 그뤼에르 등 좋아하는 치즈를 사이사이와 위쪽에 듬뿍 끼우고 뿌린다. 아주 많이 뿌리자. 몇 가지를 섞으면 더 좋다. 


이제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속까지 따뜻하고 위쪽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면 완성이다. 체크무늬를 쏙쏙 뽑아서 먹으면 된다. 잘 안 뽑히고 중간에 뜯어지면 포크와 칼을 동원하자. 여럿이 모였을 때 가운데 놓고 시선을 끌기 좋은 간식이다. 



체크무늬 마늘빵


재료

시골빵 1개(덩어리), 마늘 버터 적당량, 좋아하는 치즈 적당량

마늘 버터 재료(만들기 쉬운 분량)

실온의 버터 100g, 다진 마늘 2큰술, 평엽 파슬리 1큰술, 설탕 적당량, 파프리카 가루·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마늘 버터 재료를 한데 넣고 잘 섞는다. 여기 사용하고 남은 버터는 원기둥 모양으로 빚어서 유산지와 포일에 싸서 냉동 보관한다.

2 시골빵에 1~1.5cm 간격의 체크무늬로 칼집을 낸다. 바닥까지 자르지 않도록 주의한다. 

3 체크무늬 사이사이에 마늘 버터를 끼우거나 바른다. 치즈를 사이사이에 끼우고 위에 넉넉히 뿌린다. 

4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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