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랍스터가 퐁퐁 솟아 나오는 바닷속 광산이라도 발견된 것일까? 어느 순간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집게를 다소곳하게 모으고 빨갛게 익은 채로 얌전히 포장된 랍스터가 보인다. 모조리 꼬리가 댕그랑하니 말려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랍스터를 길쭉하게 곧은 모양새로 삶으려면 애써 모양을 잡아야 하니 무리도 아니다. 집게발을 휘둘러대는 랍스터를 잡아 펴서 조리용 주걱에 꽁꽁 묶거나, 두 마리를 서로 마주 보게 겹쳐서 묶어 뜨거운 물에 집어넣는 식이다. 이 무슨 호러블한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깔끔하게 삶은 랍스터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먹고 싶을 때마다 랍스터를 냉큼 집어 오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무 때나 팔지 않는다거나 비싸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살 발라내기가 귀찮다. 그렇구나! 사실 랍스터란 누군가가 살을 발라서 먹을 수 있는 상태로 차려줬을 때 가장 맛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막상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하자 깨달은 마음속 진실이다.
어쩌지. 왜냐면 가끔 랍스터롤이 먹고 싶기 때문이다. 지글지글 끓는 버터에 노릇노릇하게 토스트한 번에, 무의미한 채소 없이 랍스터 살점만 호쾌하게 넣은 멋진 랍스터롤이! 아냐, 그래도 랍스터를 사서, 삶지 않는다 해도 껍질을 부숴서, 살점만 발라내서, 껍질을 분리수거할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일단 힘이 부치고, 집게발이 쓰레기봉투를 찢을지도 모르고, 먹기도 전에 지친다. 어느 정도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 하면, 냉동 새우를 꺼내서 데치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랍스터 얘기를 먼저 꺼내서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새우도 어디 가서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해산물은 절대 아니니까.
랍스터롤에서 노선을 변경한 쉬림프롤은 반드시 맛있다. 기본적으로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빵에 끼운 샌드위치이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한 번씩 그리워지는 제과점 빵, '야채사라다빵'을 떠올려보자! 마요네즈에 질척하게 버무린 코울슬로풍 양배추 샐러드를 끼운 '모닝빵' 샌드위치다. 마요네즈, 이 요망한 것. 뭐든지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빵에 끼우면 맛있다. 양배추 샐러드만 독립적으로 먹는 일은 절대 없지만 야채사라다빵은 먹는 사람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랍스터롤 못지않은 쉬림프롤은 어떻게 만들까. 냉동 새우는 해동한 다음 소금과 베이킹소다를 뿌려 살짝 재우면 살이 탱글해진다. 삶을 때는 찬물에 넣어서 불에 올리면 질겨져서 실패할 확률이 줄어든다. 새우를 재우고 데치는 동안 셀러리랑 파프리카를 아주 작게 다진다. 쓸데없는 채소는 넣지 않는 주의지만 작게 다지면 소스의 일부분이 되어서 줄줄 흘러내리지 않고, 아삭하게 씹히는 질감이 좋으니까. 소스는 물론 마요네즈지만, 시판 마요네즈를 넣으면 묘하게 거북한 달걀 냄새가 느껴질 때가 있어서 사워크림, 홀그레인 머스터드, 레몬즙, 소금, 후추로 상큼하고 향긋하게 만든다. 새우와 채소를 소스에 버무리고, 가운데를 갈라서 버터에 구운 빵에 끼우면 완성! 코스트코 디너롤이라면 따끈할 때 세 개 정도는 정신없이 먹어 치울 수 있다.
쉬림프롤
재료(3개 분량)
코스트코 디너롤(모닝빵 종류면 뭐든) 3개, 냉동 새우 12~15마리(중), 소금 1/2작은술, 베이킹소다 1/4작은술, 버터 적당량
마요네즈 소스
큐피 마요네즈 2큰술, 사워크림 1큰술, 홀그레인 머스터드 1작은술, 레몬즙 1/2큰술, 셀러리·파프리카(적·황)·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새우는 해동한 다음 소금과 베이킹소다에 버무려서 냉장고에 15분 정도 재운다. 꺼내서 살짝 씻은 다음 냄비에 찬물과 함께 담가 중간 불에 올린다(즙을 짜고 남은 레몬 조각을 같이 넣어도 좋다). 서서히 온도가 올라서 새우가 분홍색으로 변하면 조금 기다렸다가 불을 끄고 건진다.
2 그 사이에 파프리카를 아주 작게 다진다. 셀러리는 질긴 섬유질을 벗기고 잘게 다진다. 나머지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잘 섞는다. 맛을 보고 레몬즙이나 사워크림을 더한다.
3 빵은 반으로 가르거나 칼집을 깊게 넣어서 버터를 두른 팬에 살짝 굽는다.
4 새우를 마요네즈 소스에 버무려서 빵에 끼워 먹는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