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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주 Sep 17. 2017

커피와 커피 케이크와 케이크

커피 케이크라는 단어만큼 처음 듣자마자 그거 참 당연히 태초부터 존재하고 있을 법한 음식이구나 싶은 것도 없다. 커피는 당연히 케이크와 어울리니까. 커피에 케이크를 곁들이나요, 아니면 케이크를 커피에 곁들이나요? 참으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싶은 질문이다. 생각해보자. 치즈케이크에 커피? 맛있지. 파운드케이크에 커피? 먹고 싶다. 바나나케이크에 커피? 이왕이면 아이싱까지 씌운 걸로! 크레페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딸기 쇼트케이크, 아, 괴롭다. 커피와 케이크를 한 입이라도 먹지 않고서는 더 이상 한 글자도 쓸 수 없어. 


여하튼(커피는 마시고 있지만 아직 케이크는 먹지 못했다). 그러니까 커피 케이크는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커피에 곁들이는 케이크라고 명명된 녀석이다. 반죽에 커피를 반드시 넣어야 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니 넣고 싶으면 넣어도 되겠지만. 카페인 X 카페인 = 매우 들뜬 오후 + 잠 못 이루는 밤이 되는 정도일 테니까. 그렇게 카페인에 예민한 체질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세 잔씩 마셔도 쿨쿨 잘 자다가 어느 날 갑자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 커피에 생초콜릿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날은 랜덤 뽑기를 하는 기분이다. 다행히 커피 케이크는 이름에 무색하게 카페인 없이도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커피 케이크는 버터 케이크다. 파운드 케이크나 마들렌, 피낭시에처럼 버터를 넉넉히 넣어서 만드는 케이크의 특징은 여러 날이 지날수록 맛있어진다는 점이다. 결이 자잘하고 묵직하며 촉촉하다는 매력 포인트도 있다. 케이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프로스팅으로 장식할 필요 없이 파삭파삭한 스트루셀을 올리면 된다. 그러니까 커피 케이크는 아무 때나 간단하게 만들어서 잘 봉해놨다가 다음날 아침이든 이튿날 오후든 가리지 않고 커피만 내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커피 케이크, 단점이 있단 말인가. 평생 쓸 커피와 케이크라는 단어를 다 쓰고 있는 기분이라는 점 빼고. 


언제든지 핑계만 있으면 먹기 좋아서, 나는 커피 케이크를(지금부터 쓰는 커피와 케이크란 단어는 내세 분량이다) 사각으로 구워서 바 형태로 잘라 보관한다. 둥글게 구울 때보다 용적 대비 착착 쌓아서 보관하기 좋다. 커피 케이크에도 속에 스트루셀을 넣거나 빵가루를 사용하는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주로 만드는 것은 버터와 사워크림을 넣고 두껍지 않게 구워서 위에만 스트루셀을 얹은 타입이다. 스트루셀은 고명처럼 파삭파삭 씹히고, 케이크는 촉촉하고, 시나몬은 향기롭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케이크를 굽는 건지 케이크를 먹고 싶어서 커피를 내리는 건지 헷갈리지만, 모르겠다. 맛있으니까. 



스트루셀 커피 케이크

쿡스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레시피를 참고하여 반죽과 스트루셀의 양을 많이 조절했다. 무화과를 얹어보았으나 매우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맛은 있지만 볼품이 없었다. 다음 과일을 넣어보기 전까지 안착할 레시피다. 스트루셀을 만들 때는 버터가 차가워야 하는데, 내 손은 항상 뜨겁고 아직 푸드 프로세서를 마련하지 못했으므로 잘게 자른 버터를 직전까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작업해서 바로 굽는다.


재료(19.5cm 크기의 정사각형 틀 1개 분량)

달걀 2개, 사워크림 2/3컵, 밀가루(중력분) 160g, 백설탕 175g, 버터 85g, 바닐라 익스트랙트 1작은술, 시나몬 파우더 1/2큰술, 베이킹파우더 1/2큰술, 베이킹 소다 1/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스트루셀 재료

밀가루(중력분) 25g, 백설탕 50g, 시나몬 파우더 1/2큰술, 무염 버터 15g


만드는 법

1 오븐을 180℃로 예열하고 스트루셀을 준비한다. 소형 볼에 밀가루와 설탕, 시나몬 파우더를 넣고 섞은 다음 무염 버터를 재빨리 아주 잘게 잘라서 담고 냉장고에 넣는다.

2 중형 볼에 달걀을 풀고 사워크림과 바닐라 익스트랙트를 넣어 섞는다. 다른 볼에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 베이킹 소다를 체쳐 담고 설탕과 시나몬 파우더를 넣어 섞는다. 

3 버터를 녹여서 뜨겁지 않도록 식힌 다음 달걀 볼에 넣어서 가볍게 섞는다. 가루 재료를 담은 볼에 3번에 나눠서 넣으면서 섞는다. 

4 스트루셀 볼을 꺼내서 손으로 버터를 비비듯이 가루 재료와 섞어서 모래 같은 상태를 만든다.

5 유산지를 길게 잘라서 틀에 깐 다음 3의 반죽을 붓는다. 위를 평평하게 고르고 4의 스트루셀을 얹는다. 오븐에 넣어서 40분 정도 굽는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http://nonameproject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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