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묘지는 잊기 위함일까요, 기억하기 위함일까요.

사라진 대문 - 4

by 이은수

이제 레나는 종일 어둠 아래를 걷게 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별을 보며 밤을 안도했던 과거의 레나는 이제 희미해져만 가요. 어제 있었던 일들이 어제로도 남지 않는다면 그것은 슬픈 일일까요. 아니면 어제가 빼곡하게 어제로 남아 오늘과 내일을 따르는 일이 더 슬플까요.


멈춰서도 나아가도 뒷걸음질 쳐도 고르지 못하는 것들의 연속이에요. 그럴 땐 하늘을 보면 돼요. 밤이건 낮이건 우리가 닿을 수 없는 하늘이요. 세상은 고르는 것뿐만 아니라 닿지 못하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려줘요. 그것이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일으켜 세우는 힘도 주어요.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젖혀 밤을 감상하는 레나. 밤이 끊임없이 자신을 따라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그럴 때 레나는 함께 걷기로 해요. 밤이 있는 곳에서 낮을 찾으면 밤이 슬퍼할지 모르니까요.


어느새 공원으로 이어지는 뒷길에 다다랐네요. 오르막길이라 경사가 가팔라요. 그래도 조금만 오르면 돼요. 레나는 얼마 남지 않은 길목에서 벌써 숨이 차서 고개를 푹 숙여요.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요. 다시 걷기 시작한 레나는 잠시 후 공동묘지에 도착해요. 이렇게 많은 묘석을 가까이서 본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누군가의 묘석 앞으로 가 섰어요. 그곳엔 묻힌 사람의 이름이 쓰여 있었어요. 레나는 그의 이름을 찬찬히 읽어 보아요. 잠시 머물다 간, 지나간 이름이겠지만 레나는 다시 한번 읽어 보아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죽은 사람을 살리는 마법 레시피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레나는 생각해요. 저는 당신의 이름을 우연히 발견했지만, 오늘 하루 동안은 계속 생각할 것 같아요.


레나는 그 사람의 묘지 위에 떠다니는 공기를 공병에 담아요. 과연 공기가 담겼을까요. 담겼을지 모를 무언가도 담겼다 믿으면 그 안에 자리 잡을지 몰라요.


이제 레나는 집에 돌아가야 해요. 그전에 뒤를 한 번 더 돌아봐요. 그 사람의 이름은 여전히 묘석에 새겨져 있어요.


묘지는 잊기 위해 만들었을까요,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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