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돈, 거짓말하는 사람의 한숨’

사라진 대문 - 5

by 이은수

그렇게 레나는 한 사람의 삶을 뒷면에 두고 그것에서 점점 멀어져 왔어요.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잊히는 걸까요.


집에 도착해서 레나는 펑펑 울기 시작해요.

그리고 흘려보내고 싶은 자신의 눈물을 담아내야 하는 것에 아파해요. 레나가 밤새도록 흘린 눈물은 공병을 다 채웠어요. 그렇게 레나는 레시피에 적힌 대로 묘지 위에 떠다니는 공기와 자신의 눈물 5ml를 섞었어요.


큰 변화는 없었어요.

마법이 행해질 때 일어날 거라 상상했던 신비로움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레나는 실망한 표정으로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힘이 빠져 잠들었어요.


새벽이 다되어서 잠든 탓일까요. 레나는 점심때쯤 눈을 떠요. 집안이 고요했어요. 오늘은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없네요. 그렇게 레나는 혼자 집안에서 일주일을 보냈어요. 대문 앞도, 전화기도 잠잠했어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먹을 것이 다 떨어졌네요.


레나는 엄마와 아빠가 남겨놓고 간 돈을 한 움큼 집어서 바깥으로 나서요. 집을 나와서 조금만 걸으면 골목이 나와요. 큰길로 나가려면 그 골목을 거쳐야 해요. 레나는 큰길에 다다랐을 즈음 옆집 아줌마를 마주쳐요. 원래 같으면 아줌마는 따스하게 웃으며 레나를 안아줘요. 그런데 오늘은 레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그냥 지나가요. 레나는 알게 되었어요.


‘마법이 이루어졌구나.’


엄마 아빠와 자주 가던 시장에 도착했어요. 역시 그 누구도 레나를 알아보지 못하네요. 다만 칭찬은 받았어요. 혼자 장도 보는구나, 엄마 아빠는 참 좋겠다. 레나는 그 칭찬이 간지럽기보단 따갑게 느껴졌는지 거스름돈을 건네받고 이내 집으로 뛰어가요.


그리고 레시피를 펼쳤어요. 빠뜨리고 읽지 않은 문장이 남아 있었네요.


‘마법 기한 : 마법을 사용 한 날로부터 15년 뒤까지.’


레나는 그것을 덮고 소리쳤어요. 그냥 아무렇게나 말이에요.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기쁨과 슬픔이 합쳐진 감정은 아니에요. 기쁨은 기쁨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나뉘어 함께 존재하는 것뿐이죠.

레나는 갖가지 레시피들을 살펴봐요. 없는 것이 없다 싶을 정도로 별별 레시피들이 다 존재했어요. 그중 가진 돈을 두 배로 만드는 레시피도 있었어요.


‘돈, 거짓말하는 사람의 한숨’


이번엔 거짓말하는 사람의 한숨이 필요하대요.

그것을 구하는 방법을 레나는 알고 있어요. 옆집 아저씨는 밤이 될 때 자주 다른 아줌마를 만나러 가곤 해요. 그것을 옛날에 엄마와 밤산책을 하다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 접시를 가져다 드리러 옆집에 갔을 때 보았어요. 그때 일들을 숨기며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장면을요.


레나는 그것을 이용하면 되겠다 생각해요.


그렇게 레나는 공병을 들고 뚜벅뚜벅 옆집으로 걸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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