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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Apr 15. 2024

사랑에 관해서

에세이

친구가 얼마 전 첫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내 첫 연애를 떠올려보았는데, 그때 마음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한 건 처음 느껴보는 설렘이었고 지구상에 이 사람만 존재해도 괜찮다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남아있다.


어떤 기억은 마음과 접촉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려 더는 닿지 않는 마음도 존재한다. 나중에 기술이 발전한다면 그때 그 마음을 불러오는 기계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어느 구간에 놓인 마음하나로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


첫 연애를 한 지 9년이 지났다. 뒤이어 오는 만남들은 처음의 강렬함과 풋풋함이 더는 묻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방향으로 사랑에 가까워져 갔다. 이별에 있어서는 여태껏 헤어진 모든 X들에게 공평했다. 누구와 만나든 헤어질 때마다 베개에 눈물이 고였다. 차별점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나 가 될 수 있겠다.


다들 첫사랑은 오래간다고 말한다. 나 역시 첫사랑에게서 느낀 설렘은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를 제일 사랑한 것은 아니다.


모두들 오래된 서랍 속 편지들처럼 봉인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열지 않아도 종종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다. 단 한 번도 연상을 만난 적이 없었는데, 나이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그는 나에게 항상 든든하고 아빠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 앞에 나를 데려다 놓고 항상 문은 내가 열게 했다.


그 설렘은 첫 연애의 강렬함도 이길 수가 없었다.

언젠가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면 모른 체 할 용기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만날 자신은 더 없다.


그냥 그 마음은 그대로 두고 나를 살면 된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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