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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Apr 22. 2024

모든 기억은 집을 지어.

1분 소설

지워지기 직전의 이야기에 들어가 보려고 해.

혹여나 다시 줍고 싶은 기억들이 있나 해서.


무너질 기억 아래에서도 사람들은 곧잘 나아가더라. 그런데 이상해. 다들 손에 줄을 쥐고 있는 거야. 아주 먼 곳에서부터 이어져 왔는지 시작점이 보이지 않아.

그들은 그걸 쥐고 계속 걸어가. 이곳이 영원할 것처럼 아주 평온하게.


사람들은 나아가는데 나는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어. 그들이 계속 나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여긴 곧 사라질 거다. 너흰 없어질 존재다. 그렇게 말했어. 그제야 그들이 멈춰 서기 시작했어. 잠시 나를 보더라. 일부는 내 말에 의심하고 일부는 믿고 일부는 끄덕였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세상이 무너진다는 말에 멈춰 서고, 주저앉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더라도. 결국 줄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더라. 줄을 늘리면 이야기가 찬찬히 희미해지니까.  선명하게 사라지지 않아도 되니까.


자이야, 그런데 그거 알아? 모든 기억은 집을 짓는다는 것.


몇 채의 집을 지나쳐왔어.

어떤 곳에 가닿을지도 모르고 계속 거슬러 올랐지.

그런데 멀리 지나지 않아 내가 줍고 싶었던 기억이 놓여 있었어. 그 기억도 집을 짓고 있더라. 나는 그 기억을 줍지 않기로 했어. 또다시 보내주지 못하고 주우러 올 테니까. 


이곳을 벗어나게 되면 나아가고 싶기 때문이야. 그 무엇도 줍지 않고 나로 돌아왔어.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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