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Apr 23. 2024

잘 웃고 잘 우는 애

그게 바로 저예요.

옛날에 우리 집은 제법 식구가 많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나, 언니.

그래서 방 한 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고, 한 칸은 아빠, 제일 좁은 방은 언니가 썼다.


물론 내 방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더 나은 이부자리를 찾아 유목생활을 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김동리의 '역마'를 보며 들었던 생각이 그거였다. 나한테도 역마살이 있나. 집만 오면 나가고 싶었고, 어느 방 한 칸에 들어가면 잠시 머무르다 갑갑해서 기어 나왔다.


그나마 아빠 방에서 자주 잤던 기억이 있다. TV가 있어서일까. 그냥 아빠여서 일까. 스무 살까진 아빠를 꼭 껴안고 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쳤던 것 같다.

이상한 건 유독 아빠 방에서 잘 때마다 특이한 잠버릇이 나왔다. 자다가 종종 벌떡 일어나 앉았다고 한다. 그리고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감고 울었단다. 아빠가 달래주면 눈물을 그치고 다시 누웠다고.


화날 때도 슬플 때도 웃다가도 눈물이 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울기만 하는 인간은 아니다. 그만큼 잘 웃기도 한다. 모 아니면 도여서 사람들은 내 무표정을 잘 모른다. 사실 내 무표정은 상당히 무섭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비웃을 수 있겠지만.) 입꼬리가 내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서운 인상을 심어주지 않으려 최대한 입꼬리를 끌어당겨 열심히 웃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심각한 얘기를 들으면서도 습관처럼 입꼬리를 올려서 사람들한테 혼난 적도 많다. (ㅜ_ㅜ)  


OO님은 회식 자리에서 내가 뽑힌 이유에 대해 털어놓으셨다.

"뭔가 잘 웃고 밝은 사람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근데 쌤이 면접 때 문을 딱 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들어오는 거예요ㅋㅋ"

그때 내가 웃었나.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랬다니 참 다행이다. 역시 웃으면 복이 오나 보다.


너무 울면 찌질 해 보이고 너무 웃으면 바보같아보일 수 있다.

사실 나는 이미 그렇게 보일 거다.  이런 나도 나여서 바꿀 생각은 없다고 쿨하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바꿀 수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거다.


내 안에 슬픔이와 기쁨이가 조금 진정하길 바라며, 때때로 버럭이도 좀 나와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모든 기억은 집을 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