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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Apr 24. 2024

희다 - 1

1분 소설

희다를 만났다.


여전히 희다는 꽃이 지는 순간만 기다린다. 만개한 꽃보단 시들어가는 꽃을. 해가 뜨는 순간보단 저무는 순간을. 그리고 작동이 되지 않는 고장 난 물건들을 사랑했다.


 언젠가 강변을 걸으며 희다에게 살며시 말한 적 있었다.

"넌, 좀 특별해."

"아니. 난 신기한 거야."

희다는 그렇게 말하고 계속해서 시들어 가는 꽃을 찾아다녔고, 발견하면 씩 웃었다. 그가 시들어 가는 것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알아내더라도 끊임없이 그를 궁금해할 것이다. 누구든 희다를 보면 그렇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착각에서 벗어날 필요는 없다. 내 취향은 원래부터 특별, 아니 신기했으니까.


희다는 자신이 이번 생에 갇혔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희다가 말하는 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모든 것이 나와 정반대인 희다.

그런 희다를 안아주고 싶었다. 살포시 다가가 그를 안아봤다.  마치 그림자의 품 같았다. 있다가도 없어서 겨우 안아내는 품.

그럼에도 는 그뒤따른다. 그리고 그가 읊어주는 시를 받아 적는다. 어쩌면 그것은 시가 아닌 희다의 언어일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정반대여서 좋다가도 그게 또 싫기도 해. 너를 깊이 안아보고 싶거든."

나는 흐르는 강물에 자그마한 돌을 던지며 말했다. 그러자 희다는 내게 돌을  내놓으라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 돌을 얹자마자 그것은 바닥으로 낙하한다. 나는 또다시 슬픔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때 희다가 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 품은 다르게 정의하자. 나랑 조금 다르게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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