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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때리는 조언

그래도 감사.

by 이은수

이별하거나 인간관계 문제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항상 찾아가서 징징대게 되는 사람이 있다.

웬만해선 가장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자존심 때문에 속사정을 깊게 털어놓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이 들으면 웃을 수 있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겪었던 이별 후유증은 반년 정도 갔고, 반년 간 그분께 징징댄 것 같다.(ㅋㅋㅋ)

그때 그분은 그런 얘기를 했다.


"시냇물 졸졸졸 흘러가는 거 손으로 잡을 수 있나? 못 잡잖아. 이제 보내줘."

그때는 그게 잘 안 됐다. 흐르는 물도 꼭 손에 쥐어야 살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만 내 손틈 사이로 새어나가는 물을 잡아보려 했다.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고 정확히 일 년째 되는 어제, 그분을 만났다. 그분은 내게 말했다.

"이제 보내줬어?"

"언제 적 얘기를...ㅋ"


"나쁜 기억은 털어 버려. 하물며 좋은 기억도 놓아주지 않으면 그 기억으로만 살게 돼."

나는 여태껏 그 어떤 기억도 쉽게 놓아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좀 지나가게 해주려고 한다. 길이 앞에 빤히 보이는데 나로 인해 무언가가 지나갈 수 없다면 그건 좀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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