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수 Apr 10. 2024

네가 맞아.

만약 네가 너를 의심하고 있다면

용용, 두 번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용구야, 안녕!

봄은 좀 괜찮아? 

봄이라고 다 나처럼 들떠있진 않더라고. 

얼마 전 부산에 갔을 때 벚꽃 같이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벚꽃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기억이 우리 사이엔 없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벚꽃을 같이 본 적이 없나? 싶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건 아니더라. 우리는 벚꽃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 잔잔하게 앉아 있곤 했어. 우리가 다녔던 초등학교 벤치에서 말이야. 


그때 배경은 벚꽃이었을까, 학교였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것을 멈추고 그런 생각을 했어. 지금이 봄이어서 참 다행이다. 망가진 것들을 회복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순조로이 그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 너한테 봄은 어떤 계절일까. 네가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23년을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 


요즘 많이 힘들지?

꼭 봄에 행복하지 않아도 돼. 봄에 비축해 두었던 행복을 여름이나 가을, 겨울에 꺼내봐도 되니까. 그러니까  

초조해하지 마.  


벚꽃이 세상을 밝힌다고 어두운 색 옷을 정리할 필요 없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네가 맞아. 난 너를 23년 동안 지켜봐 왔잖아. 지금도 너를 의심하고 있다면 꼭 알아줘. 네가 맞아!


 

작가의 이전글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