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은 로맨스였는데 드라이브에 저장된 걸 다시 읽어보니 불태우고 싶어졌다.
이별 직후에 쓴 소설이라 징징대는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그땐 내가 글을 써냈다는 것 자체가 기뻐서 온 동네방네 내가 작가라도 된 것 마냥 소문내며 우쭐댔다.
브런치에도 이상한 글이 많다. 심지어 맞춤법 틀린 글들도 보여서, 아이고 은수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브런치 글들 중 많은 것들이 사라질 예정이다.
내가 처음으로 쓴 책도 다시 꺼내어 읽어봤는데, 이렇게 쓰고 책이 읽히길 바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고도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기억 안 나는 문장들이 많다. 이십 대 중반에 써서 묵혀뒀다가 퇴고도 제대로 안 하고 책 만들고 싶어 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섯 곳 정도 입고 메일을 넣었으나 아무 데도 안 됐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내가 책방 사장님이었어도 그랬겠다 싶다. 그래도 친절하게 답장이 와주셔서 감사했다. 다음에 꼭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책방사장님들은 모두 천사인 게 틀림없다. 소량으로 60권 정도 만들었음에도 팔 길이 없어 난감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친구들과 주위 분들이 많이 구매해 주셔서 지금은 다섯 권 남짓 남아 있다. 책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 기다려 주세요! 제가 꼭 괜찮은 작가가 되어볼게요! 대신 오래 기다리셔야 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전 어떻게든 약속은 지킨답니다.
예전에 비해 나아진 건 내가 책을 좀(아주 조금) 읽는다는 것이다.
읽는 만큼 쓰는 게 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계속 읽다 보면 언젠간 나도 잘 쓰게 될 거라 믿고 있다.
그래도 글을 쓸 때 제일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