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을 오래 돌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블루를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잘 돌볼 수 있으려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두 달째 쑥쑥 잘 크고 있다. 적어도 키운 날로부터 3년은 되어야 알이 맺힐 확률이 높다는데 과연 내가 알을 볼 수 있을까.
나는 키우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초코에게 잘해주지 못했고, 지금은 고모댁으로 간 우리 복점이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뒤로부터 내가 누군가를 키우는 것은 절대 아니 된다고 생각했다. 식물이라고 절대 만만하게 보고 데려온 것은 아니다. 이제는 꼬박꼬박 캘린더에 물 준 날을 기록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물을 주는 기간이 아리송하긴 하다.
내가 블루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건강하게만 잘 자라 달라는 것이다. 나에게 블루베리를 안겨 준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시들지 않고 열심히 살아주면 좋겠다. 내가 도와줄 테니 말이다.
어느 날 블루가 '마루는 강쥐'에 마루처럼 불쑥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이 되는 것까진 힘들 것 같고.) 그래서 내가 깜빡하고 캘린더에 기록 안 하면 혼도 내고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