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가 되어서야 일력을 떼어낼 여유가 생겼다. 날짜가 8월 즈음에 멈춰 있다.
하나하나 떼어내다 어느 세월에 오늘이 될까 싶어 종이를 여러 장씩 과감하게 거머쥐고 떼어내기 시작했다. 페이지마다 한 줄 문장이 쓰여 있었는데 쌓아 놓고 보니 몇십 문장이나 되었다. 어쩌다 내 일상이 한 문장을 살피지 못할 만큼 분주해졌을까. 쌓아둔 건 비단 한 문장뿐만이 아닐 거다.
종이를 떼어내기 전엔 꽤 큰 하루였는데, 떼어내고 펼쳐보니 많은 날들이 되었다.
잊고 살던 하루들이 도미노처럼 밀려온다면 나는 여전히 오늘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