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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May 13. 2021

롱키는 어디로 갔을까.

에세이

 롱키가 사라진 지 일주일이 흘렀다. 롱키가 머물던 곳에 터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여전히 비어 있었다. 롱키가 살던 집만 없어졌을 뿐, 털갈이하며 흐른 털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흔적은 여전한데 롱키는 어디로 갔을까.      


 롱키를 처음 본 날은 신호등 앞이었다. 노르스름한 털들 사이에 황금빛 윤기 나는 털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롱키는 자유로이 뛰놀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경계심 하나도 없이, 사람이 지나가면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뒤따라 갔다. 나 역시 롱키에게 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을 것이다.

 목줄이 없던 롱키에게 목줄이 생겼다. 알록달록한 목줄이었지만, 이름표도, 방울도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롱키에게는 집이 생겼다. 롱키를 받아들인 사람은 빌라 주인이었고, 탁 트여 있는 빌라 마당에서 살게 했다. 롱키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했고, 지나가던 사람이 모퉁이를 돌며 점이 될 때까지 바라봤다.

 롱키는 이름이 없었다. 주인아저씨는 롱키를 야, 너, 이놈.이라고 불렀다. 내 머릿속에서도 떠오르는 호칭은 강아지, 노란 강아지, 그 강아지 이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이 뭐예요?” “이름?” 이름을 물어봤을 뿐인데, 주인아저씨는 삼 초라는 시간의 정적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내게 롱키는 지나가다 마주치는 강아지일 뿐이었다. 이름이 없는 걸까. 그렇다고 내가 이름을 지어준다 해서 오래, 자주 불러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름이 생겼다. 가장 큰 흔적이 털일 수도, 냄새 일 수도 있겠지만. 훗날 대상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기억나는 것은 이름이다. 이름이 없는 존재를 이름이 없는 상태로 두고 싶지 않았다. 롱키의 의견도 묻고 싶었다. 너도 이름이 갖고 싶지? 그래 오늘부터 너는 롱키로 하자. 노르스름한 강아지. 군데군데 황금빛 털이 스며 있던 롱키. 나는 널 롱키라 불렀지만, 너는 그 이름이 너를 향한 의미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일주일이 더 지나도 롱키는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의 집에서 이름조차도 남기지 않은 롱키. 이름도 남기지 않은 자신이 낯선 행인 중 하나인 나에게 남긴 의미를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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