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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Sep 18. 2023

현실과 꿈 그리고 잡음

이름을 붙이는 건 피로한 일입니다. 창문은 그 자리 그대로 하지만 채워지고 비워지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았고 다른 하루는 징그럽게 가득한 군상을 보았고 또 다른 하루는 무엇을 보았는지요. 절묘한 다짐들은 눈꺼풀에서 목을 타고 발목을 지났다가 별안간 위로 치솟으며 떠다닙니다. 이것은 불행입니까 아니면 행복입니까. 창문은 간격을 내보이지 않은 채로 조용히 부풀고 우그러집니다. 피로하지 않습니까. 정녕 피로를 감수하고 반복되어야 한단 말입니까. 의문이 듭니다. 계속하여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그런 것을 바꾸고자 안달이 났으니 서운함은 끊이지가 않고 생각을 거듭하면 정답과 멀어집니다. 그래서 가끔은 돌아버릴 것만 같습니다. 선하게 이야기하면 듣질 않는다는 핑계로 다짜고짜 들이박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도 달라지지 않고 문제는 저 자신입니다.


그놈의 공정이란 것이 도대체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사람은 여럿이고, 물건은 하나뿐인 상황에서 당신은 과연 어떤 안을 택하시려나요. 첫 번째 안은 물건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되 경쟁을 통해 소유를 판가름 내는 것. 두 번째 안은 아싸리 그 물건을 부숴버려서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것. 세 번째 안은 물건은 남고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 당신들의 공정은 무엇입니까. 저는 세 번째 안을 지지합니다.


원인을 제거하면 문제는 빠르게 해결되는 법이지요. 쓸데없이 공정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여태 죽어라 시비를 걸고 있을까요. 현실이 꿈이고 꿈이 현실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꿈은 꿈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꾸만 뭐든 뒤집고 싶다네요. 저는 알고 있답니다. 세상이 이 모양이 아니라 제가 이 모양인 걸 말입니다. 제가 정말 들이박고 싶은 건 그 무엇도 아닌 저 자신일 테지요.


삶은 점점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무의미는 슬프고 지겨운 맛이라고나 할까요. 하루는 찾고 또 다른 하루는 찾지 않습니다. 멀리 날고 싶었는데 끓는 냄비 안에서 익어갑니다. 한껏 짓이겨질지언정 계속해서 낭만을 먹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대가리를 쥐어짜지 않고도 향긋하게 말을 한다지요. 향기에 너무나도 쉽게 취합니다. 취기가 오르면 실실 대며 허공을 바라봅니다. 아아 정녕 아무것도 없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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