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이 잘 들지 않는 나날입니다. 오늘은 남의 집 잔치를 갔다가 직퇴를 했는데요. 길을 걷는데도 잠이 솔솔 그래서 저는 약간의 변칙을 주기로 했습니다. 매일 걷는 길 말고 다른 길을 택해보았지요.
아니나 다를까 길을 잃었습니다. 작은 문구점이 보이더라고요. 들어가서 검은 펜을 샀습니다. 22개를 샀습니다. 문구점 사장님은 펜을 한 번에 22개 사가는 사람은 오랜만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저 말고 펜을 22개 사 갔다는 사람을 한참 궁금해하였습니다.
매일의 다짐이 흩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이든 말이든 꺼내어 사라지지 않게 붙들고 싶은데 욕심이련지요. 출근과 퇴근이 하루의 모든 것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침과 저녁에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뒤통수들을 봅니다. 저는 저의 뒤통수가 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초저녁에 까무룩 잠들고 말았습니다. 웬일로 꿈에 할아버지가 나오더니 예쁜 벚꽃을 보여주겠다며 따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를 따라가니 한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분명 벚꽃을 보여준다고 해서 따라온 것인데 도착지가 식당이라니 조금은 황당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자 아주 커다란 수족관이 보였습니다.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가 사정없이 눈에 박혔지요. 물고기의 비늘 하나하나 모두 벚꽃잎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요. 그렇게 황홀한 기분은 또 오랜만이었습니다. 꿈에서 깼는데도 여태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요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고 자세를 취하다 보면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몸이 굳었나 싶었는데 몇 번의 시퀀스를 반복하니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몸은 참 솔직하지요. 스스로 자세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느끼면 마음이 되게 좋아집니다.
완벽한 아사나는 없다고 말해주던 선생님이 보고싶습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건 기쁜 일입니다. 실은 오늘 저는 너무나 힘이 들어 몇 번을 멈추었는데요. 아사나는 저의 모든 고민을 무용지물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언제까지나 유연하고 싶으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저를 딱딱하게 만들 것입니다. 다만 시간 외의 것이 저를 경직되게 만들지 않도록 경계할 수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