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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주 Sep 09. 2023

사라지기 직전에

아침에는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놓치고 저녁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고자 역까지 달리듯 걸어갑니다. 어제와 지나간 오늘은 더욱 종종거리며 걸었고요.


예전 직장 동료들과 만나 빈틈없이 행복을 느꼈는데요. 고작 일 년 사이에 우리네 인생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의문이 계속될지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삶을 즐기는 한 아무 문제없을 것입니다.


생은 결국 곳곳에 이벤트가 숨어 있으나 시뮬라크르와 다를 것이 없고 실제와는 하등 관련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게 허무보다는 가치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으나 글쎄올시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과 분리되어 그저 멀찍이서 관조하고 싶었는데요. 소중함은 그때나 지금이나 알 수 없고 그저 모두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더욱 좋아할 뿐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건 죄다 쓸데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가끔은 그로 인해 가슴이 뛴답니다.


언젠가부터 항상 그랬지요. 죄책감보다 슬픔이 좋았습니다. 헤어짐이 없는 것처럼 좋아했고 끝에서 혼자 울었지요. 습관적으로 손을 꽉 움켜쥐곤 했습니다. 의식적으로 신경을 썼더니 지금은 예전만큼 그러지는 않습니다. 잡고 잡히는 것은 끝없는 피로를 만들지요.


작용과 반작용을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습니다. 저로 하여금 참으로 세상이 지긋지긋하다 말하면서도 동시에 흥미롭게 여기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작용과 반작용입니다. 저는 구태여 숨기고 싶지 않아 많은 것을 드러내지만 와중에도 차마 말로 뱉을 수 없는 몇 가지의 것들이 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같은 이치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요.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당신의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결국 서서히 0으로 맞춰지게 된다는 점이 참으로 재미나지요.


순간순간 진심을 다하고 싶습니다. 좀 더 웃고 좀 더 사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가지는 빽빽한데 잎사귀는 하나 없는 나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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