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2

용기를 주는 건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는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미래가 주위로부터 피해자성을 강요받으면서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며 왠지 내 안에서 마음이 아프다기보다는 억울하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 것은 나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이 욕망이 괜찮은 것이 맞나? 괜찮은 건가?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자기 검열과 마주 섰던 기억이 났다. 또 어떤 날에는 뒤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인 것은 아닐까? 그럴 여지를 내가 준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날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지난 연애의 끝들도 내 잘못은 아니었을까? 내가 상대를 너무 과하게 좋아해 그런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정말 다 내 탓인 것은 아닐까? 내가 그럴만한 사람이라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닐까? 계속되는 의심이 늘 내 발목을 잡았다. 거기에 붙잡혀 오래 움직이지 못하거나 애써 달아나려 모른 척했던 날들도 있었다.


어제는 지난 연애에 대해 지금의 애인과 대화했다. 그러다 애인이 해주는 말에 그 어떤 의심들과도 이제 화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어. 그런데 그걸 이야기하지 않는 건 상대방 문제이기도 해. “

나는 내 탓을 하느라 오래 나를 미워했는데 그때 그러지 말 걸 하고 오래 후회했는데 내가 그렇지 뭐라고 하며 오래 실망했는데 그럴 수 있는 일이라 해주는 애인을 보며 어쩐지 눈물이 났다.


나에 대한 의심이 걷힌 자리에

새살처럼 차오르는 용기

그 용기로 무거운 한 걸음을 내디딘다

이미 겪어 익숙한 그 두려움 속으로


오늘 아침에 나는 미지의 서울에 나오는 이 대사를 떠올렸다. 다 그만두고 사람은

더 좋아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나를 그만 미워하게 해주는 그 누군가의 등장이 너무나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