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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메르트리 Dec 10. 2024

자기 주도 :: 학습 말고 성장

자기 삶을 주도해 나가는 태도


우리 집에는 쓰다 만 스케줄러가 많다.

매일 할 일을 쓰고 한 칸씩 채워나가는 해빗트래커, 위클리 스케줄러, 체크리스트...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이렇게 다 쓰지도 못할 스케줄러를 종류별로 샀던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해서였다. 


아직은 어려서인지, 나와는 다른 건지. 

하루 동안 할 일을 무계획하게 해내는 아이들이 영 불안했다. 늘 그렇듯 척척 잘 해내는 옆집 아이만 눈에 들어오니, 내가 할 일을 짚어주지 않으면 만사 태평한 아이들이 못 미더웠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하다 말했다. 



각자의 노하우와 비법이 넘쳐났다. 자기 주도는커녕 타인 주도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져 뭐 하나 바뀔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따라서 사본 것이다. 스케줄러 쓰는 법, 플래너 사용, 매일 습관 잡는 방법을 하나씩 보며 아이들에게도 들이밀었다.





처음부터 척척 잘 해내는 아이가 어디 있겠나 싶어 내가 주도적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아이들이 주도할 수 있게 이끌어주자 싶었다. 예쁜 스티커도 사고, 목표 달성할 때마다 칭찬도 했다. 대부분은 몇 주 못 가서 실패했다. 스케줄 대로 움직이는 건 단 며칠뿐, 결국 엄마인 내가 개입해서 푸시를 해주어야 했다. 얼마 가지 못해 효용이 없고, 또 다른 방법으로 바꾸고는 했다. 자기주도학습 성패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는 게 참으로 부담스럽기도 하고 결국 엄마가 지치지 않고 이끌어줘야 하는구나 싶었다. 


좌절을 여러 번 겪고는 마침내 어느 정도 루틴이 잡혔고 그때 당시 쓴 글이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어서 가져와본다.


요즘엔 기상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벌떡 일어납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와 각자 조용히 일상을 시작해요. 책을 읽기도 하고, 그림 그리기 할 때도 있습니다. 가끔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오후에 친구들과 놀 생각에 수학 숙제를 먼저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침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가족이 함께 움직인 덕분이었습니다. 아이에게만 할 일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저도 남편도 같이 약속했죠. 기상 시간과 오늘 할 일을 각자 형편에 맞게 정하고 서로 독려했어요. 때론 아이들이 저희 감시자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얼마나 대견했던 아이들이었는지.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 모습이 영원할 줄로만 알았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씩 흐트러졌다. 수면 시간도 바뀌고, 해야 할 일도 바뀌니 말이다. 그때 깨달았다. 자기 주도라는 게 만만치가 않다고. 한 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라고.




아이의 자기 주도 능력은 미래를 준비하는 열쇠다. 



자기 주도하면 자연스레 '학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나는 학습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 태도가 자기 주도적이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닿았다. 



'자기 주도 학습'도 좋지만 '자기 주도 삶'을 꾸려가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왜 내가 이렇게까지 열을 올리고 있지?'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끔 시스템을 만들려는 목적이 뭐길래?'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다 보니 내가 자기 주도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자기 주도의 탈을 쓴 자동 습관의 장착을 위해 달려가고 있었구나 싶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단순 습관이 자기 주도로 포장되기도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습관과 자기 주도는 미묘한 차이가 있지 않은가.

습관은 큰 에너지를 쓰지 않고 자동적으로 하게끔 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자기 주도는 스스로 의지와 능동성이 더 부여가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계속된 실패를 하면서도 루틴을 잡아주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오늘 할 일을 빠짐없이 해내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우선순위를 정해 행동하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자기의 생각을 더하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나는 이를 '자기 주도 성장'이라 부르고 싶다.



단순한 생각이나 정보 찾기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도 이젠 답답하다. AI가 있으니 내 구미에 맞게 답을 내놓으라 할 수도 있고 그림도 뚝딱 그려 낸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것이 이 정도인데 저 바깥세상은 얼마나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을까 싶다.


변화 속에 스스로 판단하고 재편집하고, 정교하게 정보들을 가다듬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도 내가 처한 개별적 상황에 맞게, 무언가 미묘하게 수정이 필요한 부분들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이걸 캐치하는 안목과 적재적소에 알맞은 판단력이 반드시 있어야 잘 활용하겠구나 싶었다.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주체적인 사고이다.


그런 맥락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자원을 찾아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기 주도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기 주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누군가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직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날수록, 자기 주도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 주도 학습'을 매일 도장 깨기 습관 수준에만 그치지 말자.  

그 정도로는 진정한 자기 주도가 되기엔 부족하다.



'자기 주도 학습'에서 시작할지언정 아이들에게는 본질적인 목표 즉, '자기 주도 성장'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의 생각, 나의 판단으로 꾸려가는 자기 주도 삶.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나가는 시기, 엄마로서 나는 어떤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을까? 





자기 주도 성장 능력이야말로 가정교육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매일 체크리스트를 완성하고, 시간표대로 행동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이 생활 전반에서 다각도로 교육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아마 완성형은 없을 것이다. 완벽을 위해 나아가기보다는 그저 커나가는 과정에서 아이 발달에 맞춰 능력을 계발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아이들에게 선택권 주기, 일요일마다 일주일 계획 함께 작성하기,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기 등 사소한 일상에서 아이들은 느끼고 있을 거라 믿는다. 당장 드라마틱 하게 변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삶의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에게 책임지는 아이가 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자기 주도 능력을 가진 아이는 단순히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모든 답을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해답을 찾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도록 응원해 주어야겠다. 아이가 자기 주도 성장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아이 잠재력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과정이다. 품은 잠재력이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의지로 가능하기에. 아이들의 자기 주도 성장을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반성하며 함께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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