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한 실마리
최근 아이의 관심사는 '일회용품 줄이기'다.
평소에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지구 온난화, 멸종 등의 문제를 심각하게 얘기하곤 했는데 최근 학교에서 이 주제를 다루고 나서는 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눈치를 준다.
카페에서 커피 테이크 아웃을 하면 종이컵 사용 줄여야 한다 하고, 외출할 때 간단히 담아 먹을 용기를 가져나갈라 치면 잔소리한다. 부쩍 날씨가 추워져 핫팩 줄까 물어보면 매번 거절하곤 했는데, 그것이 한 번 쓰고 버리면 환경오염이 되기에 안 쓴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관심이 없는 것이 분해 잠도 못 들기도 한다.
꿈나라에 갈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록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방안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그러다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 그래도 힘써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교육하고, 법안을 발의하고, 지역사회가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알려주니 아이는 감격스러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실은 일상의 이런 일들이 모두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미래를 꾸려가는 힘이다.
삶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분석해 해결책을 찾는 능력으로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것을 넘어, 상황에 맞게 사고하고 여러 처지를 고려하여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포함한다.
단순히 문제집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아니다. 이는 실질적인 능력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하거나,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 해결 능력이다. 최근 아파트 입구에 담배 냄새가 심했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아이들이 관리 사무소에 전화하기, 금연 포스터 붙이기, 방송하기, 그 사람이 사는 집 앞에 방향제 놓기 등 아이디어를 마구 냈다. 이것 또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귀찮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마냥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문제집을 풀고, 진도를 나가고,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전부라고 말하기에는 이제 우리 사회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고,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해진 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가 되어 버렸다.
문제 해결 능력은 지난 1화에서 언급했던 창의성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가까이는 내 주변의 문제 해결부터 전 지구적인 문제까지. 아이들이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들을 수도 없이 만날 것이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매뉴얼을 찾을 수도 없을뿐더러 개별성이 강해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아이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지는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와 큰 맥락을 함께한다. 미래의 진로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준다.
그러면 '문제 해결 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바로 주변에 대한 관심이다. 관심은 아이의 관찰에서부터 출발한다.
아이가 조금 더 어렸을 적 아파트 단지 안을 걸어가는데, 아이 눈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가 들어왔다. 마침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봉지라 더 눈에 띄었나 보다. 거기서부터 얘기가 시작되었다. 친구들이 간식을 먹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름 짱구를 굴려가며 열심히 방법을 제시했었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커가면서 더 넓은 범위의 문제도 고민하고 있다. 오존층 파괴를 막는 방법을 늘 궁리 중인데,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온갖 방법이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해준다. 물론 전혀 실효성이 없고 허무맹랑하지만 아이 수준에서는 꽤나 진지하다. 아마 평생 풀지 못할 숙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생각과 고민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이 생각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갈지는 모르는 일이기에. 이 과정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능력은 자라나고 있는 것이기에.
자연, 이웃, 세계, 경제, 과학 등 아이마다 빠져드는 분야가 있다. 나는 아이의 관심사를 유심히 관찰했다가 호기심이 일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켜 준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다가 아이가 관심을 가질만한 기사나 내용은 사진을 찍어 놓았다가 저녁에 함께 이야기해 보기도 한다. 꼭 무언가를 토론하고자 무겁게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이야기 나누다 보면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방향이 없는지 자연스레 고민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부모의 작은 노력으로 좀 더 넓고 깊게 관심을 가져갈 수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 능력은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지고, 나만의 브랜드가 되기도 할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나아가 해결을 해본 경험은 유일무이한 나를 만들어준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아이의 미래는 풍요로울 거라 생각한다. 단순히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단순히 학습 능력을 넘어 아이 삶의 중요한 자산이 된다. 그렇기에 나는 엄마로서 아이가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사랑이다.
관심은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희망과 감사가 없다면 관심도, 의지도 없을 테니까. 나의 작은 생각과 움직임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 마음으로부터 미래를 위한 준비는 시작될 것이다. 그런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 오늘도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