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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메르트리 Dec 12. 2024

글로벌 마인드 :: 영어 전에 마음

세계를 무대로 자라날 아이들에게


중학교 때 단짝 친구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 당시 이민 열풍이 꽤 불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3년을 붙어 다니던 친구가 어느 날 이민을 간다고 했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주 몇 회 외국인 회화 수업을 하러 갔던 기억이 난다. 공부를 좀 하는 친구였는데, 이민이 결정되자 학교 내신 공부도 내팽개치고 맘 편히 놀던 모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때 내게 캐나다는 너무나도 먼 곳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동떨어진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친구는 낯선 곳을 걱정했지만, 나는 내심 부럽기도 했다. 친구가 뭔가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것 같았고 새로운 문화 속에서 영어도 자유자재로 쓰며 글로벌한 생활을 할 것 같았다. 영화에서만 보던 풍경 좋은 곳, 정원 있는 집에서 살게 되는 것은 한 소녀에게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이후 이민 간 친구는 몇 달에 한 번 즈음 집 전화로 국제 전화를 걸어왔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뜸해졌다. 그러다 싸이월드가 친구와 나를 다시 연결시켜 주었다.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건 혁명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의 일들이 한 손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라는 말은 왠지 녹슨 오래된 말처럼 느껴진다.



마음만 먹으면 앉은자리에서 거의 모든 나라에 투자도 할 수 있고, 평생 가보지도 못할 나라의 시골 모습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말은 안 통하지만 '번역 보기'를 누르는 순간 좌르르 이해되는 말로 변한다. 생판 모르는 외국인 집을 빌려 여행을 떠나고, 필요한 서비스 요청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글로벌 인재란 무엇이란 말인가?



상황이 이렇게 많이 변했지만, 아직 글로벌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영어 학습을 떠올리는 것 같다. 2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정말로 영어를 하는 것이 글로벌한 사람이 되는 첫 번째 관문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영어를 더 잘할수록 인간 사이 느끼는 미묘한 감정과 뉘앙스 차이를 캐치할 수 있으니 영어를 잘하는 것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 인공지능 시대임에도.



그러나 그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것은 말보다 마음일 것이다.

글로벌 마인드.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향후 예상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다.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 상황에서 내수시장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의 토종 기업들도 우리나라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확장이 어렵듯,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국 안만 바라본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부적인 문제 해결로 출발하더라도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연결하는 능력이 글로벌 인재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려면 우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국제 사회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연구자, 기업가, 회사원, 자영업자 모두 다양한 곳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연구 및 콘텐츠를 개발해야 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다. 이는 훨씬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꼭 대단한 한국의 위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개인적인 수준에서도 이는 꼭 필요한 마인드다.

개인의 성장 범위를 넓히고,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언어와 국경을 넘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어갈 수도 있다.



글로벌 인재는 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몸은 한국에 있더라도 마음은 글로벌할 수 있다. 글로벌 마인드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기에 유연하고 포용적인 사람이 되게 한다. 틀에 박힌 사고가 아니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실패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세계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고, 저마다의 문화가 있다.



영어에만 쏟아부으며 글로벌 교육을 외치지 말고 글로벌 마인드도 살펴봐 주자. 아이와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책 속의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묻자. 심리를 이해하고,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포용할 수 있는 것부터 글로벌 교육이 시작되면 어떨까. 연결이 강화되고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세계인의 마음도 한 발짝 더 가까워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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