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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교육 :: 일상이 아름다운 것

모든 곳에 예술이 있고, 우리의 성장이 있다

by 에메르트리


함께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아이가 얼른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알고 보니 지는 노을이 예뻐서 얼른 사진으로 남겨놓으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순간을 기록하는 아이의 사진첩에는 구름, 하늘, 나무, 곤충의 사진이 수백 장은 된다. "엄마,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아이는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때론 그 아름다움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느끼는 듯하다. 어떻게 이런 모습인지, 왜 이런 색인지를 종종 질문하곤 한다. 나는 미적 감각이 그렇게 좋은 편은 못되지만 아이가 경탄하는 포인트를 이해한다. 솜씨가 좋은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세상에 감사한 일이 많다. 아름다움에서 삶의 충만을 느끼기도 한다.




둘째 아이는 영화음악에 푹 빠져있다. 대단한 음악가 기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음악에서 감정을 느낀다. 그걸 알 수 있는 아이의 반응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했을까?"를 종종 묻는 것에서 나는 아이가 흐르는 선율 속에서 영화의 분위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스타워즈>, <쥐라기 공원>, <해리 포터> 등의 OST를 작곡한 '존 윌리엄스'에게 감탄하는 일이 많은데, 어쩜 이렇게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곡했을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한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에도 다녀왔다. 반짝이던 아이 눈을 기억한다. 잔뜩 상기된 표정에서 행복을 보았다.




이런 순간들이, 우리가 얼마나 예술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한다.






예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감상하고, 때로 허세 가득한 말로 고상한 척하는 것이 아니다. 삶 곳곳에 녹아 있는 작은 순간들, 그 안에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감수성이 곧 예술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예술감수성은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믿는다. 예술과는 아무 관련 없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의 삶에도, 예술은 있다. 지칠 때 듣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있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물건들이 있다. 길을 가다가 하늘을 종종 올려다보는데, 그 속에도 예술이 있다는 걸 문득 느끼곤 한다.




이런 예술적 감수성은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이든 오류 없이 해낼 수 있는 AI 시대에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알아차리고 그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오직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아이들에게 예술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은 나를 알아차림으로부터 출발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만큼 풍부한 감정을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는 건 어려워한다. 적절한 어휘를 찾는 게 힘들어서 느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언어로 투박하게 내뱉지만 섬세한 감정까지는 잘 표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를 색으로, 채색 기법으로, 음으로 표현하도록 해주면 아이의 세밀한 부분까지 바라볼 수가 있는데 이는 예술적 감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감수성은 논리적으로 따져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느낌적으로 감정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게 해준다. 색깔, 소리, 움직임으로 감정을 담아내는 아이는 섬세하고 다듬어진 언어를 쓰지 않아도 생각을 표현해낼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성적인 논리 기법을 따르지 않더라도 마음의 소리를 다채로운 방법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 이는 아이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는 창이 되어준다.




문제를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걸 자연스레 배운다.

예술은 정답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아이들은 같은 그림을 보고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같은 구름을 보아도 한 아이는 거인과 난쟁이, 다른 아이는 공룡 친구들이라고 한다. 즐거운 기분을 한 아이는 춤으로, 다른 아이는 연주로 표현한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에게 갇히지 않은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이런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은 아이가 살아가는 데 강력한 무기를 하나 갖게 되는 것인데, 문제를 해결할 때 좁은 방법만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자라난다.

정답이 없다는 건 너무나도 많은 장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부분은 기꺼이 진심으로 칭찬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늘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준에서 얼마나 달성했는지 체크하고, 객관적으로 얼마나 잘 했는지를 확인한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진심 어린 칭찬이 나오지 않는다. 냉랭한 온도이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려는 적당한 말들로 칭찬을 하곤 하는데, 이를 아이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러나 예술에서만큼은 얼마든지 칭찬이 가능하다. 아이가 만든 그림이나 작은 작품들에는 늘 칭찬거리가 있다. 무에서 유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엄청난 일이다. 그걸 해낸 아이들에게 칭찬이 절로 나온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표현하거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면 칭찬을 넘어 감탄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기쁨을 느끼며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런 마음이 쌓여 간다면 '나는 꽤 멋진 사람이야'라는 믿음이 자라날 것이다. 자신 있는 태도는 낯선 환경에서 빛을 발하고, 변화무쌍한 앞날에도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줄 것이다.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

이런 예술 감수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은 우리 모두 타고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창조적인 뛰어난 예술가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예술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대단한 준비나 도구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듣고, 예쁜 물건을 사고, 옷을 차려입는 상황에서 이미 예술성은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 모멘텀

자연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인간의 본성에 닿아있는 예술의 장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에 끌리는 건 아마 본능적으로 나 역시 자연의 일부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다고 꼭 나이가 들어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자연을 전달받곤 하는데,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더라. 당연하다 생각하지 않으니 자연은 예술의 장이 되었다. 그런 순간들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게 한다. 표현이 깊어진다.




가족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방법

일상에 예술을 들여오면 자연스레 우리의 삶에 녹아든다. 예술에 조예가 깊지 못한 엄마여도, 작품에 대한 해설을 몰라도, 미술관과 공연은 늘 열려 있으니 말이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날엔 집 근처 미술관에 들르거나 전시를 찾아간다. 현대 미술을 몰라도 괜찮았다. 아이들에게 유식하게 설명해 주지 못해도 좋았다. 그냥 보고, 느끼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생각보다 예술은 가까이에 있다. 조금만 손품발품 팔면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을 얼마든지 엿볼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지 모른다. 음악, 미술, 무용만이 예술이 아니다. 과학자의 미술 전시, 마술 속의 예술, 생명 속에서의 철학 등 모든 것이 예술이 되고 있었다. 이미 우리는 예술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삶에 더해지는 여유

예술의 매력은 자유에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논리적으로 따져 묻지 않는다.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끝없는 세계를 만들어줄 수 있다. 예술이 놀이에, 공부에, 활동에 숨을 불어넣는다. 생각은 열리고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난다. 이는 결국 아이의 삶에 여유를 심어 준다.




예술은 아이들에게도, 부모인 우리에게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다. 특별한 사람만이 누리는 고상한 것이 아니라 마치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주변에 늘 있다. 일상 속의 풍경도 예술적 감수성이 더해지면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하늘의 색감, 작은 꽃 한 송이, 비 오는 날 창가를 타고 흐르는 빗방울까지도 예술로 느껴지는 순간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그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위로하고, 공감하게 해준다. 예술은 세상을 더 깊이 느끼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며, 타인과 연결될 수 있게 도와주는 삶의 동반자가 아닐까.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발견하는 예술 안에서 오늘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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