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펠탑이 유명한 이유가 뭐야?
평범한 평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그릇을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은 범이가 조잘조잘 의식의 흐름대로 궁금한 것들을 마구 물어봅니다.
"엄마! 10 색상환이라고 알아? 미술시간에 배운 건데~ 어쩌고저쩌고..."
"엄마! 모나리자 알지? 루브르 박물관인가 거기 있잖아~ 어쩌고저쩌고..."
"엄마! 그 작품 앞에 진짜 방탄유리야?"
아이가 루브르 박물관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저도 갑자기 신이 났어요.
"그럼~ 우리 다음에 루브르박물관 갈까?"
아이와 손잡고 유럽 여행을 가는 상상을 잠시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범이도 프랑스 파리를 머릿속에 그려보나 봐요. 갑자기 에펠탑 이야기를 꺼내네요.
"엄마! 에펠탑 올라갈 수 있지? 에펠탑은 거기 왜 있는 거야? 근데 그게 왜 유명한 거야?"
대답할 틈도 없이 질문을 쏟아냅니다.
파리에 대한 낭만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름 세 번이나 에펠탑에 가 보았지만 왜 거기 있는지 무엇 때문에 유명한 건지 명확하게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 그게.. 그러게? 왜 유명하지?"
어렴풋이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모두 카더라식의 주워들은 말들이었기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땐 우리의 스마트 폰이 있죠. 바로 검색해 보았답니다.
에펠탑은 너무나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예요. 파리의 랜드마크로, 아니 프랑스의 랜드마크로 견고히 자리 잡고 있어요. 이 탑을 지은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은 자신보다 유명해진 에펠탑을 질투했다고 하네요.
Je vais être jaloux de cette Tour. Elle est plus célèbre que moi.
저는 저 탑을 질투해야겠군요. 저 탑은 저보다 더 유명합니다. - 귀스타브 에펠
에펠탑은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지게 되었대요. 그때가 1889년이니 무려 134년이나 지났네요. 300미터가 넘는 에펠탑은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고, 그 타이틀은 크라이슬러 빌딩이 지어지기 전까지 약 40년간 지속되었다고 해요.
원래는 20년간 전시 후 철거 예정이었던 에펠탑이었지만 이제는 철거는 상상할 수 없는 입지에까지 올라서게 되었네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처음 에펠탑이 지어질 당시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신랄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습니다. 그 당시 정치가, 학자, 비평가들은 '프랑스적이지 않다.', '파리답지 않다.'라는 이유로 반대성명을 내고 절대 건립할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게 됩니다.
과연 '프랑스적인 것'과 '파리다운 것'이 뭘까요?
건립 반대 의견에서 에펠탑이 얼마나 볼품없는 건물인지 묘사했는지 볼까요?
'뼈대만 앙상한 흉물'
'예술적 취향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추악한 철 덩어리'
'천박한 이미지의 철골 구조물'
'공장의 굴뚝같은 형태의 공업기술을 예술의 도시 파리에 끌어들인 졸작'
'철판으로 엮인 역겨운 기둥'
이럴 수가. 지금의 수많은 악플공격과 다를 바가 없어요.
그 당시 파리의 건축물은 석조로 이루어진 것들이었대요.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철골 건물이! 그것도 시내 한가운데 떡하니! 심지어 300미터라니! 반대할만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에펠탑은 미운 오리 새끼처럼 혼자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되었어요. 물론 이후 파리의 많은 건물들이 철골로 지어지긴 했으나 이 당시만 해도 미래를 몰랐으니까요. 늘 첫 길을 개척하는 선두주자는 온갖 것들을 막아내며 나아가는 방패막이가 될 수밖에 없나 봐요.
이 엄청난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구스타프 에펠은 에펠탑은 분명히 미래에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 확신하고 꿋꿋하게 건설을 시작했어요.
나는 이 탑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믿습니다. 네 모서리에서 뻗어져 나오는 곡선은 치밀하고도 정교하며, 이는 커다란 아름다움을 표현해 낼 것입니다. 그리고 곡선이 그려내는 거대한 기둥의 표현은 지금까지 전혀 구현된 적 없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어쩌면 에펠탑은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힘들게 탄생한 에펠탑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서 반대'하던 것에서 '문화와 예술의 도시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프랑스 답지 않은' 에펠탑이 가장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건축당시 에펠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실 아름답다, 예쁘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어요. 심지어 붉은빛의 철골은 정말 흉물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모습에서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긴 참 어렵지요. 지금의 화려한 모습을 예상할 수 있는 구석이라곤 어디에도 없어요. 그렇지만 단 한 사람만은 예상할 수 있었어요. 바로 구스타프 에펠입니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분명히 엄청난 가치를 지닐 존재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에펠탑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듯이, 자신 스스로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영롱한 빛을 발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고 없던 일이 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에펠탑은커녕 '과거의 파리다움'에 갇힌 파리만을 진정한 파리라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겠죠. "그때 에펠탑이 만들어졌으면 어떡할 뻔했어!" 하면서 말이죠. 결국 변화는 마음먹기에 달려있습니다.
'파리다움'이 뭘까요? 'OO다움'이 대상을 잘 나타내주는 프레임임과 동시에 그 한계에 갇혀버리게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파리라는 도시에 파리답지 않은 에펠탑이 파리다움을 다시 규정했듯이 'OO다움'은 정해진 법칙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다움'이 뭘까요? 나다운 게 뭐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무언가에 도전할 때 친구로부터 '너답지 않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용기 내어 말했는데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말로 무안한 적이 있으신가요?
나다운 것만 찾다 보면 결국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 난 원래 이런 사람이지~ 내가 무슨.'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됩니다. 우리, 나를 한계 짓고 과거의 '나다움'에 갇혀버리지 말아요.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구스타프 에펠처럼 미래를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고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것 또한 오직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우리,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요. 지금 나의 시도가 미래에 '훌륭한 예술품이 탄생되는 과정이었다'라고 평가받을지, '흉물이 될뻔한 시도였다'라고 기억될지 그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있어요.
흉물스러운 철골이 세계적인 로망의 상징이 될 수 있었듯이, 지금은 비록 나의 모습이 형편없어 보일지라도 차근히 하나씩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가치가 빛을 발하고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길 것입니다.
아이의 툭 던진 물음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이어졌네요.
에펠탑 덕에 나를 조금 더 당당하게 내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변화와 도전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아이와 손잡고 눈앞에서 에펠탑을 바라볼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