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어땠을까?
팀원 모두 휴가를 떠나고 저를 포함하여 남은 자 2명은 월요일 오전을 즐겁게 보내고 싶었죠.
그래서 월요일 오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을 오후로 미루고 둘이서 커피숍을 갔어요.
요즘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에 빠진 나는 가장 큰 사이즈를 시켰고, 남은 자 나머지 1명은 아메리카노 가장 작은 사이즈를 시키더군요.
가장 큰 컵의 하트 꽁무니가 옆에 작은 친구를 마치 겨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팀장님, 대야에 커피를 드시는 것 같네요"
저도 이렇게 큰 애는 처음 봐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컵을 드는 데 손이 떨리지 않을 정도라 다행히 마시는 데는 지장이 없었어요.
이렇게 커피숍에서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처음이에요.
업무 관련해서 사무실에선 종종 이야기를 나누죠.
둘이 앉으니 평소 하지 않던 이야기가 솔솔 새어 나옵니다.
요즘 회사 생활이 어떤지 등의 답이 어느 정도 정해진 질문부터 개인사까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어쩌다 보니 저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요즘 팀장으로서 고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어요.
말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였죠. 더군다나 팀원에겐 더욱 내놓기 부끄러울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요. 그렇게 약 40-50분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사무실로 왔어요.
하루 종일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괜히 했나? 안 해도 될 이야기를... 혹시나 부담되진 않았을까..."
등등 생각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오늘 대화가 불편하진 않았냐 어쩌냐 하면 더욱 불편한 상황을 또 만들까 봐
그냥 고맙다고 했어요.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 잘 들어줘서 혼자 이야기를 많이 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몰랐던 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게 또 그 친구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요ㅎ
오랜만에 저도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으니 시원하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어디 털어놓을 때가 많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건 주변에 그럴 만한 사람이 없어서라기 보단 제가 오히려 할 말 안 할 말을 너무 가려서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와이프한테 약한 소리 하지 않기, 친구한텐 허세 부리거나 척하지 않기, 딸에겐 바른 소리만 하기, 장모님에겐 안도감 주는 말만 하기, 부모님에겐 활기찬 대화만 하기 등등
이래저래 스스로 답답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
제 나이 마흔이라 얼마 전 제가 그런 다짐을 했거든요.
"앞으로 10년은 정말 X나 재밌게 살아야지!"
더 이상 굳기 전에 더 재밌게 살아야겠네요 ㅎ
우리 함께 재밌게 삽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