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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이야기 Jul 11. 2023

함께 성장하며 쥐를 때려잡는 법

조직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있습니다. 조직뿐만이 아니죠. 사람이 있는 곳엔 어디나 갈등이 있습니다. 갈등은 매우 평범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갈등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좋은 갈등이 있고 반면 나쁜 갈등도 있습니다. 좋은 갈등은 우리 조직을, 우리의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꼭 필요한 갈등을 말할 수 있습니다. 나쁜 갈등은 그 반대입니다. 정체하게 만들고 오히려 퇴화하게 만드는 갈등은 나쁜 갈등입니다. 조직에서 문화를 다루는 사람이든 경영자든 리더든 임원이든 조직의 수많은 갈등 중 좋은 갈등과 나쁜 갈등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죠. 그리고 리더라면 좋은 갈등은 권장하고 나쁜 갈등은 싹을 잘라 버릴 줄 알아야 하고 나아가 좋은 갈등은 자동 생산되고 나쁜 갈등은 자동 삭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가장 먼저 좋은 갈등과 나쁜 갈등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어떻게 좋은 갈등과 나쁜 갈등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경영진이 매출 악화를 우려하여 구성원의 비용을 하나하나 확인하여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용뿐만 아닙니다. 근무태도 등 기강 또한 강하게 잡으려고 합니다. 이에 구성원은 반발합니다. 누구 하나 뚜렷하게 목소리를 내진 않지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구성원이 대다수입니다. 그럼 이러한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갈등은 좋은 갈등일까요? 나쁜 갈등일까요? 다시 말해,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갈등일까요? 오히려 퇴화하게 만드는 그것일까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판단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혹자는 행동의 결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경영진의 현재의 결정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현재 시점에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해보자. 그리고 그것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여 빠르게 확인하자"라며 행동을 독려합니다. 실행에 대한 결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성격 상 그것이 조직에 미치는 긍정, 부정적 영향을 정확하게 판단할 길은 없습니다. 이는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그것이 조직에 어떻게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지 모두 가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법은 제법 많은 조직이 채택하고 있습니다.


조직의 현황을 진단하는 도구를 사용하여 정량적으로 측정한 뒤, 그것의 전후 결과를 비교하는 식이지요. 이 방법은 무언가를 측정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먼저 정량적인 결과와 실행 간 시간 차가 존재하여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영역의 수치는 애초에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등이 있죠(진단 도구는 대개 설문 조사 형태로 진행되는데 설문 조사에서 빠진 영역에 대한 진단은 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측정하지 않는 것보단 낫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많은 조직에서 이러한 형태로 좋은 갈등과 나쁜 갈등, 즉, 우리(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의 행동(의사 결정 등)이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일단 해보자! 그리고 그것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여 빠르게 확인하자'는 방식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즉, 현재 우리의 의사 결정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를 현재 시점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의 의사결정 또는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행동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발표했을 때, 그것을 실행하는 주체에게 미치는 정서적, 이성적 영향'을 살피는 것입니다. 행동 주체가 긍정적으로 반응하거나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나아간다면 그것이 가져올 미래의 영향력은 그 반대보다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제가 행동 주체의 반응을 살피는 등 그 초점이 행동 주체에게 맞춰져 있냐면, 말 그대로 그 의사 결정에 대한 실행을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에요. 의사 결정자가 아무리 열을 내어도 그 행동의 실행 여부, 이에 따른 실행의 질質 등은 전부 행동 주체의 의지, 행동 여부, 행동의 질質 등에 달려 있기에 그러합니다. 앞에선 하는 척, 뒤에선 욕만 해댄다면 그 일의 결과는 어떨까요? 이는 저만의 생각이 아니에요. 키에르케고르라는 철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숙련된 역설'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만큼 흔한 일이며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하였죠. 그럼 어떻게 그 영향을 측정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사후 설문 조사나 티타임, 리더 FGI 등을 통해 알 수 있겠지요.



그럼 또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조직에선 무조건 구성원이 좋아할 일만 해야 할까요?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요. 이제는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이러한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정반합이라고 하죠? 경영진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을 정正, 그 반대로 구성원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을 반反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이를 초월하여 합合에 이르러야 할 단계입니다. 즉, 누구 말이 맞냐, 노측이냐 사측이냐 등의 흑백을 가르는 관점을 넘어서 얼마나 균형 잡힌 시선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관점을 취하느냐에 집중해야 합니다. 흑이냐 백이냐 가 아니라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관점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말이죠.  


위 예를 들어 이야기해 볼까요?


경영진이 매출 악화로 비용과 근태를 압박하는 정책을 내어놓았어요. 이에 구성원은 어떤 형태로든 반발합니다. 이는 작용 반작용과 같이 너무나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의견을 따라야지 vs 그래도 행동 주체인 구성원의 말을 따라야 지는 흑이냐 백이냐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논쟁이고요. 여기서 경영진의 정책을 내어 놓음에 따라 구성원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충분히 예측함과 동시에 그것을 조직의 긍정적, 건설적 방향을 고려, 경영진과 구성원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묘안을 생각해 보는 등이 이분법에서 벗어난(경영진 vs 구성원, X이론 vs Y이론 등) 접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볼까요? 경영진의 의사 결정은 자칫 잘못하면 구성원 사이에 불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의도가 곡해될 수 있습니다. 이에 구성원에게 비용 축소와 근태 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생각과 감정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구성원의 생각을 여러 채널을 통해 들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의 구성원이 경영진이 이렇게 결정하게 된 배경과 회사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한다면 그대로 시행하면 됩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면 구성원의 생각을 충분히 듣습니다. 그리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최적의 해결책을 함께 도출합니다. 이렇게 도출한 해결책은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우리 회사 인원은 만 명이 넘어 불가능해! 쪼그만 조직이나 가능하다고!"


이렇게 말하는 분의 요지는 이해합니다. 그러나 너무 성급해요. 그리고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으셨어요. 핵심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느냐(많은 인원을 고려하여 가능한 옵션을 달라 말이야!)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일을 해결하느냐(많은 인원은 둘째치고 해결책의 효과성에 초점을 둔!)인 것이죠.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의사 결정은 효율적인 동시에 효과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단순히 공지글 하나 '틱' 올리는 것으로 결정될 만한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요? '틱' 올라간 공지는 수많은 수군댐과 뒷말을 낳습니다. 블라인드 등에선 불신의 언어가 난무하죠. 이러한 '틱틱'거림이 쌓이면 조직엔 불신과 반목이 강화됩니다. 즉, 나쁜 갈등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즉, 나쁜 갈등 기계가 구축되는 것이죠. 그러한 조직에는 긍정적이며 건설적인 갈등은 생산되지 않습니다. 생산되어도 금방 사장되죠. 그럼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정도 반도 아닌 합, 흑이냐 백이냐가 아닌 흑이든 백이든 쥐를 잡는 데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이죠!



리더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보겠습니다. 좋은 리더라면 좋은 갈등이 지속 생산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나쁜 갈등이 일어난다면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잘라내고 장기적으로 나쁜 갈등이 생산되지 않는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그러한 나쁜 갈등을 만들어 내는 핵심 축이 아닌지를 지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정말 많은 CEO나 경영자가 이러한 갈등을 만들어 내는 근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나쁜 갈등을 만들어 내는 축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리더라면 스스로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해 보시면 좋습니다.


나는 경영자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나는 경영자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가?

나는 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 회사를 나의 개인적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나는 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해서 이 회사의 구성원은 무조건 내 말대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나는 이 회사의 주인이자 이 회사는 나의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건 아닌가?


반대로 구성원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면 좋죠.


이래나 저래나 월급은 똑같으니 대충 시간만 때우다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대표가 바뀌어야지 나 하나 바뀐다고 회사가 바뀌나?


등등


이 또한 정반합의 접근이네요- 이러한 합合의 관점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우리는 항상 갈등에 매여 어떤 문제도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힘들 거예요. 이러한 관점에서 여러분들의 조직과 그리고 여러분을 다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가요? 정인가요? 반인가요? 합인가요? 흑인가요? 백인가요? 쥐는 잡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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