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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an 21. 2024

갈등의 미학

갈등이 없는 조직은 없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류 역사를 보면 오히려 평화가 낯설다. 

인류 역사의 97%가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이니, 우리 인류에겐 평화 보다 갈등이 훨씬 더 편하다. 




갈등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만이 갈등이 아니다. 

내 안에서도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가깝게는 오늘 밤 치킨을 먹을 것인지, 참을 것인지, 

조금 멀게는 저 남자와 여자와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을 계속 읽을지 말지, 갈등은 편재Omnipresent한다. 




그런 갈등이 오만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회사에 없을 리가 없다. 

갈등이 일어나기에 조직인 것이고, 갈등이 있다는 말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말이다. 

갈등이 없는 조직은 오히려 죽은 것이다. 죽은 나무는 뻣뻣하게 굳어서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렇게 갈등의 성질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갈등이 다시 보인다. 




조직문화, HR, 경영진, 팀장 등등의 키워드는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치 않다. 

갈등을 금기시 하거나 갈등이 생기면 큰 일이 난것처럼 호들갑을 떨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살아있다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갈등이 우리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래 순서를 정확하게 구분 동작으로 취해보자.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야식을 먹을지 말지, 이 여자/남자를 계속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어떤 것도 좋으니 아래 동작을 구분해서 취해보자. 



첫 번째, 쉼호흡을 한 번 하고 갈등은 매우 당연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인정하자. 

두 번째, 갈등이 일어난 이유를 들어보고,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들어보자. 

세 번째,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물어보자. 




너무 쉽나? 당연하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기에 그 접근법 또한 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것을 쉽고 당연하게 다루지 않고 힘이 과하게 들어가면 일을 그르친다. 

갈등을 못본척 하거나 억누르려하면 안 된다. 

그러한 행위는 '갈등은 안 좋은 것, 우리를 괴롭히는 몹쓸 것'이라는 전제와 믿음을 강화 시킨다. 

그런 믿음은 조직 내 구성원 간의 자연스러운 갈등을 자연스럽지 않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갈등은 무의식적으로 억압 당한다. 

억압한 갈등이 사라지면 좋으련만 갈등은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억압된 갈등은 결국은 터지거나 우리 삶을 왜곡시키기 마련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갈등 앞에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갈등이 있음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정하였다면 이제는 그것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들어본다. 

여기서 핵심은 '그냥'이다. '해결하겠다' 또는 '해결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적 책임감 없이, 그냥 듣는다. 

당신이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고 그럴만한 책임을 지닌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오바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냥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여태 살면서 갈등 없이 살아온 적이 없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 온 갈등 해결 전문가들이다. 

그러니 그들을 믿고 그냥 그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은 그들 생각을 말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느낀다. 

당신이 할 일은 하나 밖에 없다. 충분히 그들이 생각을 꺼내놓았다면, 질문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만 하면 갈등이 해결될까? 물론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사실 갈등을 해결하려는 데 있지 않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갈등이 해결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말했다시피 인류 역사의 97%는 갈등의 역사일 정도로 갈등은 불가피한 것이다. 



본질은 갈등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다. 

갈등이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그러니 우리는 갈등과 공생해야 한다. 

공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갈등을 기회로 보고 우리가 성장하고 학습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갈등을 통해 우리가 부딪치는 지점을 확인하고, 

부딪치는 지점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해보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를 활용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갈등을 함께 학습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습관화 된다면 우리 조직은 어떻게 변할까? 



갈등은 우리를 성장하게끔 하고 나아가 우리의 문화(얼굴)를 형성하는 절호의 기회이다. 

조직에 갈등이 있는가? 그렇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라. 

우리가 원하는 얼굴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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