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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이야기 Jul 11. 2024

오직 나와 만나는 제주도, 아름다웠던 24시간 이야기

얼마 전부터 제주도의 흙냄새와 선선한 바람, 나무를 스치고 콧속으로 들어오는 풋풋한 숲바람이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새벽 6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갔습니다. 





제주도는 나에게 안식처와 같은 곳입니다. 힘들어서 찾는 곳이어서 안식처가 아니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억을 나눈 곳이기에 제주도만 떠올리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이 됩니다. 이번에 제가 제주도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4시간입니다. 


한라산을 등반하고 싶었습니다. 관음사 탐방로 코스를 올라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고 하여 예약을 하였더니 비행기가 제주도에 랜딩을 하자마자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기상 악화로 백록담 정상까진 갈 수 없다고 합니다. 아쉬웠지만 한번 더 제주도에 올 일이 생겼습니다. 왕복 5~6시간 정도 산 길을 걷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더군요. 싱글벙글 얼른 한라산의 산내음을 맡기 위해 부지런히 서둘렀습니다. 9시 정도 되어 관음사 탐방로에 다다랗습니다.



관음사 탐방소 바로 길 건너 휴게소에서 초코바를 사들고 오는 길에 찍은 사진인데 하늘이 예술입니다. 그 길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을 오르는 행위는 참으로 순수합니다. 그냥 한 발 한 발 앞을 내딛는 것 외에 하는 것이 없습니다. 정상을 가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내 앞 한 발에만 집중하여 몇 시간을 걷다 보면 지나치는 길이 정상일 뿐입니다. 


그렇게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하였습니다. 

한라산, 삼각봉 대피소와 가는 길에서 몇 장
구린골이었나? 과거 선조들이 냉장고로 썼다는 굴 


삼각봉을 올라가는 길은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가는 곳곳 멋진 계곡과 기암절벽 등은 만날 수 없지만 수수한 맛이 있습니다. 매번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자연휴양림이나 오름을 다니다가 처음 올라가 본 한라산은 의외로 순한 맛입니다. 서울이나 강원도의 뾰족하고 가파른 애들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화산이 터져 만들어진 섬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이렇게 직접 걸어보니 제주도의 부드러움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삼각봉 대피소는 보통 일반인들 기준으로 편도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삼각봉 대피소에서 초코바와 물을 먹고 쉬는 시간까지 합하여 3시간 만에 왕복 산행을 완료했습니다. 


약 12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3시간 만에 다녀왔다는 것이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짧은 산행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가는 교래 자연 휴양림이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숙소로 가는 길이니 교래 자연휴양림에 있는 큰지오름을 올라갔다 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디저트 겸 큰지오름을 맛봤는데 한라산과 느낌이 또 다릅니다. 한라산 등반길은 수수하고 담백했다면 큰지오름 등반길은 고요하고 웅장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뷰도 삼각봉 대피소보다 큰지오름이 더 낫더군요. 시원하게 뚫린 시야와 파아란 하늘과 맞닿은 산들이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산길을 약 19킬로를 걸었습니다. 행복하더군요. 비록 신발은 아작이 났지만 덕분에 평소 생각하고 있던 산악용 트레일 러닝화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도시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집에 가서 씻는 것 외엔 없지만 여기 제주도는 다릅니다. 저는 교래 자연휴양림에서 바로 함덕 해수욕장으로 출발했습니다. 함덕 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파도가 잔잔하여 제가 즐겨 찾는 해수욕장 중 하나입니다. 등산할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자유롭더군요. 도시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가니 뭐가 이리 행복하던지요. 



그렇게 수영을 하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는 함덕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김녕 쪽에 잡았는데요. 제주국제마라톤 코스가 여기 김녕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정말 정말 달려 보고 싶더군요. 아침 9시 비행기를 타려면 서둘러야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이 난리더군요. 뛸까 말까 잠깐 고민을 하다 또 언제 오겠냐며 얼른 옷을 갈아입고 차에 탔어요. 그리고 제주국제마라톤 코스였던 김녕 해수욕장 해안도로로 갔어요. 뛰기 시작했는데 다리가 엄청 무겁더니 또 뛰니까 즐거운 거 있죠? 



그렇게 약 30분을 뛰고 숙소를 가서 부랴부랴 짐을 싸서 공항으로 왔어요. 그렇게 9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오직 나와 함께 한 제주도에서의 24시간,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다음엔 꼭 백록담을 보고 와야겠습니다. 갈 생각 하니 벌써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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