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한 해 잊지 못할 2019
"아 시간 한 번 잘 간다. 벌써 한 해가 다 갔네"하며 여태 쿨한 척 한 해를 떠나보냈다. 그러나 올 해는 그러기엔 너무나 뜻깊은 일들이 많았다. 2019년은 꼭 한 번 되짚어 보고 싶다.
지금은 퇴사한 예전 회사에서 안식월을 빌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왔다. 종교적 목적이 아닌 단지 걷고 싶었고 난생처음 유럽 땅을 밟았다. 약 16일의 여정으로 약 300킬로를 걸었다. 매일 30킬로에서 많게는 40킬로씩 그렇게 십여 일을 걸었다. 그 십여 일은 지난 30여 년 보다 더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가족이 있는 가장에게 주어진 십 여일이라는 사치는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그 경험은 2019년 내내 이어졌다.
주어진 시간이 짧은 관계로 900여 킬로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나는 그때 걸었던 길 위에서 나의 소중함과 하찮음을 동시에 보고 느꼈다. 그 양극에 걸친 내 존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을 느낄 때 내 삶은 조금 더 성숙해졌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촉촉해진 심장으로 한국으로 귀국했고, 일상의 모든 것이 달리 보였다.
군대에서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을 읽고 새벽 5시에 눈을 떠 책을 읽는 생활을 제법 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몇 개월을 이어오다 생활이 바뀌면서 새벽을 잃었었다. 그러다 올해 3월 다시 새벽을 찾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명상을 했다. 책을 읽고 운동을 했으며 블로그에 글을 썼다. 지난날 습관처럼 이어져 오던 삶의 패턴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만나는 사람이 달라졌다. 나는 올해 새벽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었다.
만 4년을 다닌 회사. 나에게 참 재미가 없었던 회사. 꾸역꾸역 버티며 하루하루가 고행이었던 시간들. 오직 인내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끈덕지게 버텼다. 매일 술에 절어 몇 달을 버텨 보기도 했고, 완전히 술을 끊고 몇 달을 지내보기도 했다. 일을 미친 듯이 해보기도 했고, 일을 아예 놓고 회사에 대놓고 개겨 보기도 했다.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며 입을 닫고 살아보기도 했고, 뭐든지 다 까발리겠다며 욕지 걸이 빼고 다 해보기도 했다. 극과 극을 오가며 고군분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안 될 놈은 안 된다고. 나는 그렇게 뭐가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올해 6월 퇴사를 했다.
아래는 내가 퇴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에 내 블로그에 썼던 글이다.
매일 새벽을 함께 해줄게
눈 뜨자마자 사랑한다 말해줄게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게
운동은 매일, 못해도 주 4회는 할게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쓸게
더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될게
만나는 모든 사람을 존중할게
오직 겸손할게
센스 있게 나대고 제 때 침묵할게
술은 나도 너도 모두 좋아할 정도만 먹을게
더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줄게
더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가 줄게
더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해 줄게
정말 원하는 일만 하게 해 줄게
정말 원하는 사람만 만나게 해 줄게
스스로 당당한 인간이 되게 해 줄게
매일 밤 후회 없는 하루에 감사하게 해 줄게
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될게
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내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도록 돕는 사람이 될게
네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냥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 될게
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널 사랑하게 해 줄게
네 주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줄게
지금 이 글을 3년 뒤에 보면서 웃을 수 있게 해 줄게
지금 이 글을 쓴 이전과 이후로 삶이 바뀌게 해 줄게
지금 이 글을 쓴 5년 뒤, 이 글을 보면서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해 줄게
3년 뒤에 또 다른 3년을 위한 약속을 다시 할 수 있게 해 줄게
퇴사를 하고 6개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사람들을 모아 강의라는 것을 해봤고, 강의를 통해 태어나 처음으로 오직 나만의 힘으로 돈을 벌어 보기도 했다.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된 인연을 모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벌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어느 지역의 시장님으로 계시는 지인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이 와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단체에 면접을 보기도 했고, 당연히 합격 할 것이라는 주변인의 예상을 비웃듯이 탈락하여 매우 당황했던 경험도 했다. 그 뒤로 혼자 하던 강의 등에 동력이 떨어졌고, 나는 그 동력을 결국 살리지 못하고 하던 일을 접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결정 못한 채 한 달여를 보냈다. 마음이 정해지지 않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을 흘려보내고 나니 어느덧 퇴사한 지 5개월이 지나있었다. 정신이 버쩍 들었다. 아내가 얼굴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장모님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장모님과는 대면대면 해졌고, 아내와는 말다툼이 잦아졌다. 이제는 회사를 가든 아니면 노가다를 뛰든 일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았다.
'일단 일을 시작한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이력서를 완성하고 구직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구직 사이트에 나와있는 헤드헌터 이메일로 내 이력서를 뿌렸다. 마음을 먹었으면 결과를 내야 했다. 이력서를 뿌리고 나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했고, 당장 만나보고 싶다는 헤드헌터가 있어 그 날 바로 달려갔다. 지금은 그 아저씨의 열정과 나의 재빠른 행동이 만나 이번 달 초에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퇴사한 지 거의 6개월 만에, 구직을 한 지 1개월 만에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올 한 해 나의 한 해를 관통하는 단어는 '도전과 새로움'이다. 도전했고 새로움을 만났다. 올 해를 시작으로 내 삶에 끝없이 도전과 새로움이 펼쳐질 것 같다. 올 해는 그 새로움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내 삶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한 해 동안 나와 만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이들에게 미리 감사한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미래가 설레고 기대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설레는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며, 모두 한 해 고생 많이 하셨으니 남은 한 해 푹 쉬시라 말하고 싶다. 2019년아, 고맙다. 잘 가시게나! 아듀 2019! 새로운 한 해야 곧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