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안에 우리가 볼 시대는 전에 없던 시대가 분명할 것이다. COVID19를 거쳐 문명사적 대전환이라고 일컬어지는 현시대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기술의 발달은 천지개벽 수준임은 말할 것도 없고 이것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가늠이 안 되는 수준이다. 얼마 전 열린 CES(소비자 가전박람회)에서 소개된 몇몇 테크 기술은 나 같이 기술에 문외한 사람들을 두려움으로 떨게 하기엔 충분했다.
기술의 진보는 역행할 수 없다. 테크인들은 자신들이 인류사의 대혁명기의 중심이라 믿는데 그도 그럴 것이 기술만큼 사람들의 일상을 한 번에 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있던가. 나에게 궁금한 것은, 그럼 이러한 문명사적 대전환 시기에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가? 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이라는 터무니없이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존재를 다뤄야 하는(표현에 있어 조금 주제 넘긴 하지만) 나는 어디에, 어떻게 집중해야 할까?
갑자기 왜 오버하고 있냐고 묻겠지만,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산업 혁명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거대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도태될까 봐, 나뿐만 아니라 나의 자식 또한 도태되어 멸종될까 두렵다. 어딜 가도 테크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MS, 엔비디아 등등 세상 모두에게 알려진 빅 테크 기업들이 세상을 지배 한지는 오래되었고, 실리콘 벨리를 중심으로 웹 3.0이니 NFT니, Metaverse니 신조어 아니 신기술이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냥 오큘러스나 끼고 가상 세계 체험이나 하면서 시시덕거리면서 살기에는 그 변화의 물줄기가 너무 굵고 세기가 멘탈을 뚫을 정도로 거세다.
기업에서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는 나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아래와 같이 큰 질문은 몇 개 던져 보았다.
이러한 시대에서 기업은 어떻게 변할까?
기업 내 '사람'은 어떻게 변할까?
그 변화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는 해야 하는가?
첫 번째, 이러한 시대에서 기업은 어떻게 변할까? 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앞으로 기업이라는 조직의 탈조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DAO(탈중앙화) 수준이 아니라 De-Organization 수준으로 조직 없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번째, 기업 내 '사람'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 중첩되는데 앞으로 개인들의 개인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Gig Economy이니 Digital Native Jobs이니 하는 현상은 이미 개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근거가 아닐까? MZ세대라고 하나? 아무튼 요즘 젊은이들은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기를 거부한다. 지난날 우리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대가 이미 출현했기에 앞으로는 이런 개인의 개인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개인화가 가속됨에 따라 조직은 조직화되기 힘들 것이라 예상한다. 조직의 탈조직화다.
미국에서 요즘 가장 핫한 단어가 있으니 바로 Great Resignation (대퇴직 시대)이다. COVID19로 인해 직업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면서 퇴직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FIRE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독립, 조기 은퇴)이 늘고 있다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이 아닐까?
이렇게 탈조직화, 개인화가 가속화되면 기업 장면에서도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 같다. 구글, 페이스북, 넥플릭스, 아마존 등과 같은 Looking-Fancy 한 기업들에게는 탁월한 인재들(충분히 개인화될 수 있지만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기꺼이 조직의 일원으로 경험하길 희망하는)이 지속해서 몰리며 아이러니하게 개인화에 끄떡없는 조직 아닌 조직으로 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에는 개인화될 수 없는 개인들(시대에 뒤쳐진, 개인화될 역량이 없는, 최신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한 등등)이 마지못해 모여있지 않을까? 물론 이는 단순히 설명하기 위해 양극단을 예로 든 것이니 이 점은 감안해서 들으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문제는 세상의 대부분은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이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유연하게 대처 불가능한 회사는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것이 위의 마지막 세 번째 질문,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는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겠다.
탈조직화, 개인화를 인정하고, 기업은 어떻게 조직 없는 조직을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직은 무엇인가? 조직은 개인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핵심 질문은 "개인화가 증폭되는 시대에서 어떻게 개인을 모이게 할 것인가? 그리고 이 조직을 지속 생존하고 성장케 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보자. 과거에는 조직이 어떻게 만들어졌나?(개인은 어떻게 모였는가?) 물리적 모임의 장소(오피스 등)를 기점으로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면 개인이 모여 조직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어 더 큰 공간을 만들면 더 많은 인원이 모였고 사업이 확장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를 시점으로 이런 물리적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희미해진 물리적 경계와 더불어 개인들의 심리적 경계마저 무너지도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욕망을 가진 세대의 활약으로 이러한 무경계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 이런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앞에서 무얼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물리적 경계가 없어진 대신 '개인과 개인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컨택스트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럼 그 컨택스트는 무엇이고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참 웃긴 것이 앞서 말한 빅 테크 기업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조직문화가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이 '연결의 미'에 있다. 그들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성원 간 관계, 연결을 극대화하는데 수년간 공을 들였다. 빅 테크 기업인 줄 알았던 기업들이 알고 보니 빅 피플 기업이었던 것이다. 얄미운 것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정리하면, 향후 기업들은, "개인은 떠날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조직에 충성하는 개인은 없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런 전제를 인정한다면, 질문이 바뀐다. "어떻게 해야 조직에 충성하는 개인을 양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어떻게 구성원과 구성원을 연결할 것인가?"로 말이다. 내가 할 일도 명확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성원과 구성원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 긴 글 치고 결론은 허무하네...